글항아리/ 권택영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여섯 가지다. 고독, 착각, 후회, 집착, 공감 등을 차례로 다뤄나간다.

이들 주제는 기억과 인지라는 뇌의 작용, 문학과 영화 이야기를 통해 삶의 신비를 푸는 열쇠가 될 것이다.

즉 프로이트와 윌리엄 제임스의 심리학은 책의 기반이 되며, 헨리 제임스와 나보코프, 피츠제럴드, 멜빌, 조이스는 우리 삶에 서사를 부여하는 기폭제로서 역할을 한다.

니체와 하이데거 등 자의식과 시간의 중요성을 논한 철학자들이 빠질 리 없다.

그런 가운데 뇌과학을 학문의 최전선에 내세운 다마지오, 에덜먼, 캔델 등은 이 책이 심리학에서 뇌과학, 인공지능의 주제로 넘어가는 데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내가 본 것, 기억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객관적이지 않고 ‘속임수’를 품고 있다. 게다가 나를 가장 정교하게 속이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이 책은 속임수를 중심에 두고서 속임수를 모르는 이유, 알아야 하는 이유, 그리고 그것의 긍정적 힘을 모색하지만 끝내 베일을 걷어 인간의 파충류적 면모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다만 속임수를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게 힘든 삶을 조금 쉽게, 덜 후회하며 살 수 있게 만들므로, 잘만 하면 창조력의 근원까지 돼주기에 베일을 조금만 들춰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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