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다. 의원이 여자환자를 진단할 때 손목에 실을 묶어 그 촉감으로 상태를 판단했단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원시적인 진단법일 터다.

그런데 지금도 그런 원시성을 고스란히 적용한 곳이 있단다.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닌 권부의 핵심이라는 곳에서.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닌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제정책을 쥐락펴락하는 문제를 두고 뜸을 들인다는 지적이다.

정책에는 목표가 있기 마련이다. 유효기간과 효과가 확실하게 매겨진다. 정해진 기간 내에 효과유무가 판가름 나는 것이 정책의 생명이다. 나라의 경제정책은 그래서 전 국민의 관심과 표적의 대상이 된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위중한 사안이 없다. 비단 위정자뿐 아니라 시중의 장삼이사도 같다. 그런 문제를 두고 이 정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오락가락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외길수순을 밟아가듯 고집을 부리는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출범이후 고수해온 경제정책의 근간을 고수하겠다는 메시지가 가능하겠는가. 더구나 그러면서 내놓은 향후 액션플랜이 모호하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 속에는 무엇을 어떻게 움직인다는 말이 없다. 빛 좋은 개살구만 들어있다는 비난은 그래서 나왔다. 이 정부출범이후 민생경제 진작을 위해 발표한 정책의 속살은 내용보다 이름만 그럴듯했다는 지적과 겹친다.

잘못되었거나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는 정책은 과감히 거둬야 한다. 차일피일 미룬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경제라인교체에서는 그런 쇄신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교체라는 칼을 썼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기존정책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사람만 바꾼 것이다. 겉으로는 내각과 대통령 보좌진을 더불어 바꾼듯해서 경제정책의 프레임을 새로 조율하는 듯 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라지는 것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도 이점을 강조하기까지 했다.

나라경제를 두고 심각하다는 진단이 내린지는 벌써 오래다. 반대로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정책에 거는 기대의 끈을 부여잡고 놓지 않았다. 이를 주도한 장본인들이 자리를 떠났지만, 정부는 그 효과를 학수고대한다는 것이다. 나라경제는 이미 위중한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잘나간다던 자동차산업도 짙은 구름에 휩싸이고 있다. 하긴 수십 년간 노조파업을 거르지 아니하고 무슨 훈장쯤으로 여기는 기업이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용하다.

조선산업 역시 기운 지 오래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그쪽 사람들의 넋두리다. 디지털산업의 미래도 침침하기만 하다는 우려의 소리가 새어나온다. 그동안 우리경제를 이끌어온 축이 거의 일거에 위태롭다는 소리다. 긴급처방이 이 정부가 내놓아야한 정책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소득을 올려 삶의 질을 향상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편중경제의 밸런스를 바로잡겠다고 시작한 것이다. 그런 시작과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도 불고하고 이 정부는 줄기차게 밀고나갔다.

남북관계니, 안보상황이니 등등 그간 정부의 중심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국내외적으로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러고 그 성패에 대해서도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을 지경이다.

시장은 우리를 놓고 더 이상 진단을 하지 않는 듯하다. 이미 우리의 속살과 든 병의 깊이를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투자했던 돈을 빼내고 있다. 투자가 거의 제자리걸음에서 후진을 하고 있다. 수출 길도 어둡다. 국내시장이 움직임을 늦추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물가는 또 다른 충격이 있을시 걷잡을 틈 없이 치솟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틈에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의 말은 오히려 답답하게 들린다. 그는 “우리경제가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하향세”라면서 “중국의 제조 2020같은 새로운 산업정책의 역할이 필요하다.” 고 한 것이다.

나라경제를 두고 정책입안자와 현업자의 시각과 진단 그리고 처방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간극이 눈에 띄게 크면, 누군가 잘못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 첨단장비가 발달한 지금, 아직도 끄나풀 하나로 환자를 진단하는 어리석음은 거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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