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금융팀장.
김영 금융팀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지난 달 마지막 주 금융권에서는 미국 정부의 국내 은행 ‘세컨더리 보이콧’ 실시 가능성이 불거지며 일대 파문이 일었다.

일부 은행의 대북 금융지원 움직임을 미 정부가 포착, 제재가 확정될 경우 해당 은행의 폐업까지 우려된다는 루머였다. 그로인해 증권가에서는 은행주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진 직후 우리 금융당국은 ‘세컨더리 보이콧 풍문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미국 정부 역시 ‘국내 은행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논의는 없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확실치 않은 풍문에 은행주가 급락하고 한·미 양국 정부가 서둘러 입장을 밝힌 이유는 실제 제재 발동 시 개별 은행 수준에선 감당 못 할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탓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기업 및 은행 등에 대해 해당 국가가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국내 은행에 대해 미국 정부의 세컨더리 보이콧이 행해지면 일단 해당 은행의 외국환 거래가 전면 중지된다. 이 경우 기업 고객 이탈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는 미국 정부로부터 천문학적 벌금 또한 부과될 수 있다. 이들 조치에 따른 예상피해액은 최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컨더리 보이콧 발동 시 은행이 망할 수 있다’는 풍문이 결코 과장은 아닌 이유다.

이처럼 파문이 큰 국내은행 세컨더리 보이콧 파문의 시작점은 영국의 한 외신 보도였다.

올해 중순 이 매체에선 남북 관계개선 분위기 속 일부 국내은행이 출시한 대북 관련 상품들에 대해 미국 정부가 세컨더리 보이콧을 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명확한 사실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추측성 보도였으나 이후 국내 매체서 해당 보도를 전하며 이번 풍문이 만들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금융시장을 발칵 뒤흔든 이번 사태에 있어 사실이 아닌 의혹에서 출발한 외신 보도와 이를 여과 없이 그대로 전한 국내 언론 모두 책임이 있다고 본다.

다만 풍문의 출발점을 쫓다보면 결국 국내 은행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시발점이 됐다고 본다.

북한은 아직 국제사회의 온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고, 미국 정부의 대북 태도도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미국 포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효한 상황에서 우리 은행권이 너무 성급하게 대북사업을 논의하고 관련 상품 개발까지 나선 것 아닌가 싶다.

최근 나왔던 은행권의 대북 사업계획이나 관련 상품을 살펴보면 미래 수익이 기대되는 현실적인 것들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10년간 경색됐던 남북관계는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크게 개선됐고, 지금은 역사에 남을 만한 큰 한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남북 평화시대 진입을 최대 국정과제로 두고 이를 적극 추진하는 정부 의지와 별개로 남북 관계개선은 국내 금융시장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남북 협력 및 북한 시장 개척은 성장률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 활로가 될 수 있다.

이런 시기에 세컨더리 보이콧 등이 언급되는 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남북관계 변화에 부정적인 여론마저 조성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번 풍문이 불거진 것 관련 은행의 미숙한 일처리에 아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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