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심화...한국은 ‘건설형 스태그플레이션’

5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장기적인 건설경기 침체가 하반기 건설기성액 감소세 예상으로 이어지면서 ‘건설형 불황스태그플레이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경기침체로 인한 경제불황 속에 물가상승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국내건설수주 폭락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올 상반기 국내건설공사 수주액이 39조 1,514억원으로 전년상반기 대비 28.6%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공공부문 수주는 항만과 도로교량, 하수관거 시설공사 등의 발주에 힘입어 2.8% 감소에 그쳤으나 민간부문 수주는 도로교량 및 철도부문의 간헐적 물량과 토지조성물량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수주가 없어 전년동기대비 61% 하락했다.

건축도 도시형 생활주택을 포함한 신규주택과 재건축·재개발의 극심한 부진에 비주거용 건물의 부진이 더해지면서 전년동기대비 30% 떨어졌다. “상반기 국내 건설수주액이 30% 가까이 하락하고 월별 수주액이 11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한 건협 관계자는 “기성액이 증가하고는 있다지만 하반기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돼 동행·선행 지수 등 건설지표가 모두 떨어지는 ‘건설형 불황스태그플레이션’ 단계”라고 말했다.

경제성장률 저하와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2008년부터 본격화돼 최근까지도 지속되며 장기화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 투자 및 국내 건설 수주 규모가 10년 전 수준으로 퇴보했다’고 최근 밝혔다. 수정예산 편성을 통해 정부가 건설 투자 SOC 예산을 전년 대비 25% 늘렸던 2009년을 제외한 지속적인 건설 투자 감소 추세는 지난해 143조원으로 2002년의 141조 8천억 원에 근접했으며 건설 수주 역시 101조 5천억 원으로 7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건설업이 이처럼 수익구조가 취약한 것은 주택·부동산부문의 민간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지고 공공부문에서도 적자시공이 불가피한 실적공사비·최저가낙찰제 확대 등 발주시스템과 수백대 일을 웃도는 업체간 과당경쟁율 그리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 증가 등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경기의 장기 침체로 인한 국가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 둔화 등 부정적인 파급효과도 우려 사항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건설경기 침체로 총 51만 여 명의 취업 감소 효과가 유발되었다’고 밝히고, 건설수주 급감은 향후 약 5년간 산업생산액 19조 4천억 원, 취업자 수 12만 6천명의 감소 효과가 추가적으로 유발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경기 침체의 결정적 원인이 주택경기의 침체라는 점에서 현재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4.1 부동산대책의 후속조치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부는 현재 주택공급량 조절을 통해 부동산경기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가 보금자리 주택 등 공공분양주택을 대거 시장에 쏟아놓으면서 위축시킨 민간부문의 건설경기 회복은 당분간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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