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유승 금융부 기자
권유승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권유승 기자] 역대급 폭염에 태풍 피해까지 입은 농민들 가슴에 때이른 찬바람이 불고 있다.

자연재해 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상품이 있어도 실효성이 낮다 보니 가입율이 저조하고 농민들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는 한파, 폭염, 태풍 등 기상이변이 속출했고 그에 따른 농민들 피해가 극심했다.

농림식품부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농작물 피해 규모는 6만6천503㏊로, 지난 한해 농작물 피해 규모(2만9천971ha)를 이미 2배 이상 초과했다. 축산농가 피해는 말 할 것도 없다.

올 여름 전국을 덥친 사상 최대 폭염은 영농활동 시간 감소와 함께 농사 포기로도 이어졌다.

자연재해가 늘며 피해 보장이 가능한 재해보험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졌으나 실상 해당 보험상품이 농민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성 자연재해보험은 민간 손해보험사와 정부가 공동으로 보험 리스크를 인수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 가축재해보험, 풍수해보험 등이 이에 해당된다.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시 일정 손해율까지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고, 기준치 이상에 대해선 정부가 부담하는 형태다.

그럼에도 농민들의 자연재해보험 가입률은 대단히 저조했다.

농민들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율은 지난 7월 기준 50%도 채 되지 않았다. 지역별 가입률이 가장 높은 전남이 43.7%에 그쳤고 대구는 1.5%에 불과했다. 농작물재해보험이 시행된 지 17년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치다.

농민들은 보험 가입에 따른 보장성 취약을 저조한 가입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민들은 ‘가입대상 품목이 아니다’, ‘가입할 만한 혜택이 없다’, ‘까다로운 규정’, ‘경제적 부담’ 등을 자연재해보험 미가입 이유로 꼽았다. 지역별 보험료 차이도 가입을 꺼리는 원인 중 하나다.

보험업계의 상품 취급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성이 낮은 상품이다 보니 해당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농작물재해보험의 경우 취급 보험사가 NH농협손해보험 단 한 곳뿐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농작물재해보험은 정책성보험이나 손해율이 막심하고 변동성이 커 보험사들이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가축재해보험은 농작물재해보험보다 취급하는 보험사들이 많으나 이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업은 모든 산업의 근간으로 안정적인 농업활동 영위를 위해선 자연재해보험이란 안전망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현재 자연재해보험의 경우 많은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난 보장범위 및 보장 폼목을 확대하는 등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보상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며, 상대적 박탈감 해소를 위한 지역별 보험료 격차도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농업인구 중 고령세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상품 가입 편의성 향상 및 보험료 부담 완화, 상품 홍보활동 등이 업계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진행돼야 할 것이다.

올해 농민들을 힘들게 한 기상이변이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찾아 올 것이란 게 기상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농민들 피해 증가는 농촌, 나아가 농업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자연재해보험은 이 같은 위기 타개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자연재해보험이 보험업계 당국의 관심 속 실효성을 확보하고  농민을 살리고 농촌을 살리는 구세주가 될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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