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판매 생태계 변화 전망…브랜드 이미지 시대 ‘종료’

금융위원회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 계획.<자료=신한금융투자>
금융위원회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 계획.<자료=신한금융투자>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금융권이 내년 ‘마이데이터(MyData)’ 도입을 앞두고 긴장하는 모습이다. 더 이상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만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없고 오직 서비스 품질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상품 판매 생태계 급변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란 개인이 각종 기관과 기업 등에 분산돼 있는 자신의 정보를 한 개의 채널로 통일해 신용이나 자산관리 등에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자발적으로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면 맞춤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받을 수 있는 개념을 말한다.

데이터 활용체계를 기관 중심에서 정보주체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통제·관리하고 해당 정보들이 본인의 의사에 맞춰 활용될 수 있도록 개인의 정보 주권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5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2019년부터 국내 개인 신용 정보법과 데이터 관련 규제가 미국과 유럽 수준으로 전면 개정될 예정이며 개인 데이터를 가장 많이 축적한 금융권에 먼저 마이데이터가 도입 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안에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과 관련된 세부 방안을 마련하고 신용정보법 개정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마이데이터 활성화는 가장 먼저 금융권 기존 상품 판매 온·오프라인 채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객이 마이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정보를 직접 관리, 적합한 상품을 선택함으로써 모집원·설계사와 같은 1차원적인 판매 시장 퇴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핀테크(IT+금융)전문가들은 모든 계좌 통합 조회·상품 비교, 맞춤형 상품 추천 및 기타 금융 자문, 영리 목적의 빅데이터 분석 업무까지 가능한 마이데이터 플랫폼이 기존 판매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느끼는 상품의 효용이 객관화되면서 브랜드 이미지와 대규모 인적·물리적 자원의 투입에 의존한 상품 판매 시대가 종료될 것이란 의견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국내에 출시된 은행 등의 금융사 앱 수는 172개에 이르며 신용카드 종류 수는 약 3천600개로 부가서비스 혜택의 조합만 수만 가지에 달한다”며 “금융 상품, 서비스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는 것이 마이데이터”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그동안의 금융 상품이 고객 개인의 주관적 만족도(메이저 금융사 상품이라는 안도감)와 객관적 만족도(실질 효용)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이를 고객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면 마이데이터 도입 이후로는 주관적인 만족도와 객관적인 만족도가 좀 더 일치되는 투명한 시스템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브랜드 이미지로 불패신화를 이룬 메이저 금융사들은 앞으로 맞춤형 상품 개발 및 제조 능력에 많은 노력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이데이터는 정부의 허가제로 운영되며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의 목적을 포함하고 있어 핀테크 스타트업자에게 우선적으로 사업 운영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금융사들이 직접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상품 판매 채널 생태계 변화를 예감한 은행과 카드사 등은 마이데이터 도입을 계기로 관련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운영에 참여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마이데이터 도입에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카카오, 네이버 등은 이미 개인 정보를 직접적으로 보유한 기업들이므로 신용정보까지 보유하게 될 경우 ‘과도한 정보 집중’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마이데이터 사업 영위가 허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 일본 등 마이데이터를 이미 시행중인 데이터 산업 선진국에서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계열사 상품을 추천하는 이해상충 문제에도 금융사들의 도입을 허용한 사례는 있으나 ICT기업은 제외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금융사들이 고객의 마케팅(광고) 동의 한 번으로 개인정보를 빅데이터의 일부로 보관하고 가공했으나 앞으로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고객들이 선택옵션으로 휴대폰번호, 집주소 수준 이상의 결제 정보, 투자성향 등 폭넓은 정보를 취합하고 관리하며 이에 기반한 각종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케팅 전쟁은 축소되겠지만, 고객의 시선이 오직 상품과 서비스 구성으로 쏠리게 되면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출시를 위한 ‘정보’ 전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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