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업계 "알뜰폰 생존방안 정부 차원서 마련해줘야"

<사진=연합>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정유라 기자] 알뜰폰업체의 가입자 수가 이동통신3사의 저가 요금제 경쟁 여파로 최근 4개월 새 5만5천명이 넘게 빠져나갔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3사의 신규 저가요금제 출시 경쟁이 가열되면서 알뜰폰업체에서 이통3사로 이탈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알뜰폰의 가입자 수는 5월부터 계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 이탈 건수는 지난 5월 9천149건, 6월 7천211건에 이어 이어 7월에는 2만 721건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지난달에는 1만 8천604건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감소는 여전하다.

이는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월 3만3천원에 음성·문자 무제한 및 1~1.3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저가 요금제를 출시한 영향이 컸다.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가격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가입자들의 이동에 불을 붙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이동통신시장의 번호이동 건수는 전월 대비 7% 증가한 52만 1천836건으로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5월 KT의 ‘데이터온(ON)’ 요금제 출시를 시작으로 이통3사 간 저가 요금제 경쟁은 본격화됐다. 이 시기에 알뜰폰 가입자 이탈도 눈에 띄게 늘었다.

7월 SK텔레콤의 ‘T플랜’과 지난달 LG유플러스의 ‘걱정없는 데이터 요금제’가 이통사 간 요금제 경쟁에 불을 붙이면서 알뜰폰업계의 부담은 가중됐다.

이통3사가 제공하는 가족결합 혜택과 멤버십 할인 등의 다양한 프로모션은 알뜰폰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이통3사는 가족이 같은 통신사를 쓰면 서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혜택을 내세워 가족 단위로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가족 단위 가입자에겐 음원 서비스 무료와 할인 등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알뜰폰과 서비스 전략에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알뜰폰 업체들은 이통사의 결합상품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나 프로모션 등 다양한 마케팅을 내세우지 않으면 가입자 유치에 점점 더 힘들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알뜰폰업체 A사 관계자는 “알뜰폰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의 보편요금제 추진으로 이통사들이 이에 준하는 요금제를 출시해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이 많이 하락한 것이 큰 원인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수준의 가격과 데이터제공, 다양한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며 알뜰폰 고객들도 선택 폭이 한층 넓어져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지속적인 가입자 이탈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며 “이통사의 공격적인 서비스와 마케팅에 알뜰폰업체들이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생존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