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산업용화약 13년간 담합..“과징금 깎아달라” 소송
법원 “고려노벨화약, 담합자료 삭제..조사 협조하지 않아”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고려노벨화약이 산업용 화약 담합으로 부과받은 과징금을 깎아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대법원 특별1부는 고려노벨화약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등취소소송 상고심을 지난 7월 11일 기각했다.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인정한 판결이다.

공정위는 고려노벨화약이 산업용 화약을 생산하며 한화와 가격을 담합했다고 지난 2015년 1월 밝혔다.

산업용 화약은 폭약과 뇌관 등 화공품으로 주로 터널공사와 광산채굴 등에 사용된다. 주요 수요처는 건설공사 현장이다.

고려노벨화약과 한화는 국내 산업용 화약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지난 1952년 설립된 한화가 오랜기간 독점해왔으나 1993년 고려노벨화약이 시장에 진출해 두 업체만 있다

공정위 조사결과 두 회사는 가격경쟁을 피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 1999년 3월 가격인상과 시장점유율을 합의했다.

양사의 합의서에는 ‘가격덤핑을 일체 중지하고 기존 시장에 대해서는 상호 침해하지 않는다’, ‘(양사의)뇌관은 동일가격으로 하고 폭약은 가격차가 1천원을 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시장가격은 공장도가 기준 120% 이상으로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고려노벨화약과 한화는 또 1999년 3월 합의 당시 공장도가격을 15% 인상한 후 2001년 8%, 2002년 7.5%, 2008년 9% 등 10년간 총 네 차례에 걸쳐 가격을 39.5%나 올렸다.

두 회사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데도 합의했다. 공정위 적발 당시 두 업체는 13년간 산업용 화약시장 점유율을 각각 28%와 72%로 유지해왔다.

두 회사는 합의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수요처를 사전에 분배하고 월별 판매량도 상대방에게 통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시 “양사는 철저한 보안을 통해 오랫동안 담합을 유지했다”며 “공정위에 적발되지 않도록 양사 담당자들이 만날 때는 휴대폰을 꺼두거나 공중전화를 이용했고 수시로 담합관련 자료를 삭제·폐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는 한화와 고려노벨화약에 각각 516억9천200만원, 126억8천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두 회사 모두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고려노벨화약은 “공정위에 담합사실을 자진신고했으니 과징금을 깎아달라”며 이 소송을 냈다.

공정위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를 도입, 담합 사실을 가장 먼저 신고한 가담자에게는 과징금 전액과 검찰 고발을 면제해주고 2순위 신고자에게는 과징금 50%와 검찰 고발을 면제해주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 특별1부는 고려노벨화약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려노벨화약 직원 A씨는 지시를 받아 공정위 현장조사일에 담합자료가 저장된 컴퓨터를 포맷해 자료를 삭제했다”며 “또 공정위 현장조사 직후 고려노벨화약임원 B씨는 한화 직원 C씨를 만나 공정위 조사정보를 교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고려노벨화약이 담합과 관련된 사실을 모두 진술하고 관련 증거를 제출하는 등 조사가 끝날 때까지 성실하게 협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공정위는 고려노벨화약의 감면신청 당시 이미 현장조사와 한화가 제출한 자료를 통해 담합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였다”며 “고려노벨화약이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1순위 조사협조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려노벨화약은 이번 판결로 지난해 영업이익(164억원)의 77%에 달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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