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변론 없어…행정소송선 건설사 연패

한국가스공사의 주배관 관리사무소. <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의 주배관 관리사무소. <사진=한국가스공사>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입찰 담합으로 피해를 봤다며 건설사들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이 손해액 감정으로 지연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1부는 한국가스공사가 “천연가스 주배관 건설공사 입찰 담합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금호산업 등 19개 건설사를 상대로 낸 1천8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의 3차 변론을 지난해 8월 10일 연 이후 3일 현재까지 4차 변론을 열지 않고 있다.

이 소송에 정통한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입찰 담합으로 입은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 위한 감정이 진행되느라 변론이 열리지 않고 있다”며 “원고와 피고 모두 각자 감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을 적발해 시작됐다.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 22개 건설사가 총 27건의 천연가스 주배관·관리소 건설공사 입찰을 담합했다고 지난 2015년 5월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지난 2009년 17건, 2011∼2012년 10건 등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총 27건의 공사 입찰에 낙찰예정업체와 들러리 참여자, 투찰가격 등을 미리 정해놓고 참여했다.

이들 회사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낙찰업체의 투찰율을 80~83%에서 추첨을 통해 결정했으며 담합을 은폐하기 위해 USB에 저장된 투찰 내역서 문서 파일의 속성 정보를 변경한 후 입찰에 참여하고 방문 기록도 남기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렇게 담합을 해 따낸 공사의 총 낙찰금액은 약 1조7천645억원에 달한다.

이에 공정위는 22개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으로 1천746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의 제재 이후 가스공사는 경영난으로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곳을 제외한 19개 건설사를 상대로 이 소송을 냈다.

피소된 건설사는 금호산업과 대림산업, 대보건설, 대우건설, 두산중공업, 삼보종합건설, 삼성물산, 신한, SK건설, GS건설, 태영건설, 한양, 한화건설,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대한송유관공사, 삼환기업, 풍림산업, 포스코건설이다.

그 사이 건설사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은 대부분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다.

현대건설과 SK건설, 대림산업, 풍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은 패소가 확정됐고 삼성물산과 한양, 한화건설, 태영건설, 두산중공업 등도 고등법원서 패소했으며 현재 대법원에 상고돼 있다.

다만 삼환기업은 담합은 사실로 인정됐지만 과징금은 면제받았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전 담합이 이뤄졌음에도 공정위가 회생채권으로 신청하지 않은 채 과징금을 부과해 잘못됐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가스공사는 이번 손배소송에서 적지 않은 규모의 배상금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감정가격이 최대 3천억원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스공사는 일단 1천80억원으로 소송을 냈지만 감정 결과에 따라 청구금액이 최대 3천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한양, GS건설, 경남기업, 한화건설, 삼부토건, 동아건설, SK건설은 가스공사가 발주한 LNG 저장탱크 입찰도 담합한 것으로 조사돼 2심에서까지 유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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