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고 트렌디한 제품으로 불황에도 인기 높아
‘초저가’ 브랜드 GU 국내 진출로 경쟁 심화 예상

[현대경제신문 박수민 기자] [편집자주] 국내 패션시장이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브랜드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5년 유니클로의 국내 진출을 시작으로 GAP(갭), ZARA(자라), H&M(에이치엔앰) 등 해외 SPA브랜드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이랜드 스파오, 이마트 데이즈, 삼성물산 에잇세컨즈, 신성통상 탑텐 등 토종 SPA브랜드도 속속 출현했다.

SPA브랜드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소비 트렌드에 맞춘 전략적 제품을 주로 선보이고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해 불황에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SPA시장 규모는 2010년 1조2천억원에서 2014년 3조4천억원으로 4년새 약 3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지난해 3조7천억원까지 커졌다. 다음달에는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인 GU(지유)가 국내 진출해 SPA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음달 국내 첫 매장을 오픈하는 일본 SPA브랜드 GU(지유)의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모델들이 제품을 착용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에프알엘코리아>
다음달 국내 첫 매장을 오픈하는 일본 SPA브랜드 GU(지유)의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모델들이 제품을 착용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에프알엘코리아>

에프알엘코리아 “韓 SPA시장 접수한다”

현재 국내 유통되고 있는 SPA브랜드 중 1위는 유니클로다. 단일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유니클로는 지난해(2016년 9월~2017년 8월) 매출 1조2천376억원을 기록했으며 국내 SPA시장 점유율이 30%가 넘는다.

유니클로는 에프알엘코리아를 통해 국내 전개되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이 51%, 한국 롯데쇼핑이 49%의 지분을 나눠 갖고 합작 설립한 회사다. 다음달 국내 첫 론칭하는 GU도 에프알엘코리아를 통해 선보여질 예정이다.

GU는 유니클로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이 지난 2006년 론칭한 브랜드다. 2013년 해외 사업을 시작한 이래 중국, 홍콩, 대만에 이어 다음달 1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1천400㎡(약 420평) 규모의 국내 1호 매장을 오픈한다.

GU는 일본 현지에서 유니클로 가격 대비 약 70%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국내 가격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유니클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여질 예정이며 뛰어난 가격 경쟁력으로 토종 SPA브랜드를 긴장시키고 있다.

런던, 도쿄에 있는 R&D(연구개발)센터의 연구에 기반해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GU는 국내 1호점을 통해 남성, 여성, 키즈 등 다양한 라인업을 전개하고 ‘오버 사이즈 코트’와 ‘스키니 팬츠’ 등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과 감성을 반영해 디자인한 상품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또 매장 내 컬러 및 메이크업 등 패션과 관련된 전문적인 연수를 받은 ‘GU 어드바이저’를 상시 배치해 고객에게 맞는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GU는 디지털 플랫폼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이달 초 공식 어플리케이션(앱)을 선공개 했으며 다음달 1일 온라인스토어를 오프라인 매장보다 먼저 오픈한다. 어플리케이션에서는 GU 브랜드 및 상품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온라인스토어에서는 상품 구매도 가능하다.

에잇세컨즈 오피스룩. <사진=삼성물산>
에잇세컨즈 오피스룩. <사진=삼성물산>

토종 SPA “한국인 맞춤 제품으로 대항”

국내 패션시장에서 해외 SPA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랜드, 이마트, 삼성물산, 신성통상 등은 한국인 취향에 맞는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토종 SPA브랜드를 론칭,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이랜드는 해외 SPA에 대항하고자 지난 2009년 국내 첫 토종 SPA브랜드인 스파오를 선보였다. 저렴한 가격, 한국인의 체형에 맞춘 디자인과 핏으로 경쟁력을 높였다.

이랜드는 해외 원산지의 고급 소재만을 구입, 생산하기 위해 소재를 구입한 지역에서 바로 제품을 생산하는 원산지 직가공 방식을 통해 가격을 낮췄다.

이후 여성 브랜드 미쏘, 신발 브랜드 슈펜 등 토종 SPA를 론칭하며 연매출 1천억원이 넘는 빅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스파오, 미쏘, 슈펜은 이랜드 그룹 내 캐시카우(수익창출원)으로 자리잡았다.

이마트도 자체브랜드인 데이즈로 해외 SPA에 맞서고 있다. 데이즈는 국내 SPA브랜드 중 유니클로 다음으로 매출이 높다. 지난해 매출 4천450여억원을 기록했다.

데이즈는 기획 전 대량매입을 통해 원자재 매입 가격을 낮췄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시즌에 전라인에 걸쳐 공동원단을 매입한다. 동시에 탄탄한 소재 개발로 품질은 높이는 방법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최근 오피스룩 상품을 대폭 강화해 20~30대 직장인 공략에 나섰다.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매장의 오피스룩 상품 비중을 80% 확대했다.

더불어 한국인에게 잘 어울리는 핏과 실루엣 등을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해 상품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 국내 남녀 체형 데이터와 신체 움직임에 따른 하체 근육 및 골격 변화를 분석, 엉덩이와 무릎의 위치를 한국인 체형에 맞게 조절에 꼭 맞는 핏과 실루엣의 제품을 제공한다.

신성통상 탑텐은 평창동계올림픽 굿즈인 ‘평창 롱패딩’을 통해 가성비 좋은 브랜드로 이미지를 굳혔다. 싸고 좋은 제품을 내놓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성통상은 본래 해외 브랜드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의류를 납품하는 회사다. 해외 각지에 저렴한 인건비를 토대로 한 생산기지를 보유, 디자인이나 품질에서도 내공이 쌓인 상태로 2012년 토종 SPA브랜드인 탑텐을 론칭했으며 5년만에 매출 2천억원을 돌파했다.

스파오 짱구 잠옷. <사진=이랜드>
스파오 짱구 잠옷. <사진=이랜드>

‘돋보이는 디자인’ 컬래버레이션 활발

SPA브랜드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다품종 소량 생산하다 보니 무난한 디자인의 제품이 주를 이룬다. 그렇기에 이종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진행해도 브랜드 이미지가 퇴색되지 않는다. 이에 각 브랜드는 마케팅 효과가 큰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디자인에 차별점를 두고 있다.

스파오는 패션과 캐릭터 컬래버레이션이라는 협업 라인을 기획, 개발해 다양한 협업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짱구’, ‘세일러문’ 등 캐릭터 콜라보로 인기를 얻었으며 서울우유, 케이뱅크, 네이버페이 등 이종업계간 다양한 협업도 시도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음악, 미술, 영화, 팝아트 등 다양한 장르와 컬래버레이션 한 그래픽 티셔츠 라인 UT(유니클로 티셔츠)를 2003년부터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브랜드 협업 라인,  ‘백 투더 퓨처’ 라인,  마블 캐릭터 라인, 카카오프렌즈 라인 등을 새롭게 선보였다.

탑텐도 지난 4월 101가지 컬래버레이션 그래픽 티셔츠를 출시했다. 디즈니, 심슨, 이모지, 팩맨 등 캐릭터가 적용된 점이 특징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특정 브랜드에서만 볼 수 있는 콜라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고객이 해당 브랜드를 찾는 등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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