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조재훈 기자
산업부 조재훈 기자

‘선즉제인(先則制人)’. "남보다 앞서 일을 도모하면 능히 남을 누를 수 있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남보다 앞서 하면 유리하다는 뜻이다. 상표권은 ‘선즉제인’의 대표적인 사례다.

‘상표’는 브랜드(brand)다. 노르웨이의 고어 ‘brandr’로부터 유래했다. 최근에는 상품을 표시하는 의미로 자신의 상품을 다른 업자의 상품과 구별짓기 위해 사용하는 기호 ·문자 ·도형 또는 그 결합을 의미한다.

상표는 기업의 이미지이자 기업의 자산이자 문화가 된다. ‘신라면’하면 농심이고 ‘3분 카레’면 오뚜기가 생각난다. 기업은 이같은 ‘간판 브랜드’외에도 ‘새 브랜드’ 개발에 힘을 쏟는다.

의미있는 브랜드 탄생을 위해서 상표권 등록은 필수다. 새로운 브랜드는 기업 내부의 논의 끝에 상표권 출원을 거쳐 만들어진다. 상표권을 등록해야지만 업체 또는 개인의 소유가 된다.

특허청이 밝힌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세계지식재산지표(World Intellectual Property Indicator) 2017’에 따르면 2016년 한국 특허 출원건수는 20만9천건으로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그만큼 선제적 특허권 등록에 열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2011년 8월 역대급 히트 상품 1위에 이름을 올린 ‘꼬꼬면’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21위(닐슨코리아 자료 1분기 기준)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입맛이 빠르게 변한다는 방증이다.

이같은 이유에서 업계는 상표권 선점 경쟁에 심혈을 기울인다.

상표권 선점을 위한 출원은 대부분 1회성에 그친다.

반면 신제품 출시가 확정된 제품명은 최소 2~3개의 상표 출원이 이뤄진다. 다양한 연령대를 고려하고 잘 팔리기 위한 제품명을 짓기 위해서다. 이 가운데 알맞은 제품명 선정 경합이 벌어진다.

시대상이 반영된 유행어도 상표권 등록 대상이다. 농심은 최근 ‘오졌다리’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오졌다리’는 10대가 사용하는 이른바 ‘급식체’다. 농심측은 상표 출원은 선점 전략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상표권 출원 상태를 통해 신제품 동향도 예상할 수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부터 ‘그랑크뤼’란 상표권을 6건이나 출원했다. 그랑크뤼는 프랑스 와인의 등급으로 특급 포도원이라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1회성 출원은 상표권 선점에 그칠 수 있지만 6건의 상표 출원은 제품 출시가 임박했다는 것으로 본다.

이같은 상표권 출원 경쟁은 대기업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다. 중견·중소 기업이나 개인도 자신의 상표를 출원해야 추후 재산권 분쟁을 막을 수 있다. 변화에 앞서 늘 새로운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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