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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허술한 보험 약관’, 누구 탓인가?
권유승 기자  |  kys@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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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9  10: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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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유승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권유승 기자] 자가당착(自家撞着). 말과 행동이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을 일컫는다.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약관상 지급해야 할 연금과 이자를 덜 줬다는 것이 쟁점이다.

금융감독원은 민원이 발생하자 미지급금을 가입자들에게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생보사들은 최대 1조원 규모의 자금 부담을 떠안게 될 처지에 몰렸다.

이번 사태는 불명확한 약관에서 비롯됐다.

업계는 해당 보험 약관에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직접적인 문구가 담겨져 있지 않았을 뿐 산출방법서에 따른 지급은 명시돼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보험 약관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0여 년간 이어졌던 자살보험금 논란도 모호한 약관에서 비롯됐다. 자살한 경우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해석 될 수 있는 조항이 약관에 포함됐던 것이다. 당시 생명보험협회는 관련 약관 개선을 금감원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년이 흐른 뒤 자살보험금 문제가 수면위에 드러나자 금감원은 고칠 필요가 없다던 약관을 개정하도록 했다. 이후 금감원의 압박으로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 지급에 나서기로하며 사태는 일단락 됐다.

논란이 일고 있는 암보험 분쟁도 약관 문제다.

대부분의 암보험 약관에는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입원·요양한 경우 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명시 돼 있다. 문제는 ‘직접적인 목적’이라는 대목이다. ‘직접적인 목적’의 범위가 애매해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이 불분명한 약관은 보험금 지급 사항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잔머리로만 비춰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에게만 책임을 묻기엔 억울해 보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적한 상품 약관들은 상품 출시 당시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았던 것”이라며 “민원이 발생하자 뒤늦게 약관을 빌미로 보험사 책임으로만 전가하는 조치는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보험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선 해당 약관, 산출방법서 등을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금감원은 당시 약관이 문제없다고 승인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원이 발생하자 보험사들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일괄구제 방침을 내세우며 보험사들에게 약관 개정 이전 계약 건에 대한 보험금 지급도 소급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군시절이 떠오른다. 보급대대에선 물자가 검수계를 거쳐 저장반에 전달된다. 향후 저장반에서 보유하고 있던 물품에 문제가 발견됐더라도 검수계를 거치기 전의 문제라면 이는 통상 검수계 책임으로 귀결된다.

원인제공자라고 할 수 있는 금감원이 아무런 과실도 책임도 없다는 건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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