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가계 빚 1500조원시대가 눈앞에 닥아 왔다. 워낙 어마어마한 크기라 현실감이 없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1100만 가구가 진 빚이다. 이들 가구가 평균 1억3300만원씩 빚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 부동산경기가 좋아 정부가 정책적으로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이 쉽도록 했다. 금리도 유래 없이 낮았다. 이를 기화로 돈을 변통해 부동산을 사들인 결과가 가계 빚이 눈덩이처럼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 빚 문제는 어제오늘 도마에 오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규모나 내용면에서 소위 악성부채로 꼽히진 않았다. 우리경제형편에 비추어 보거나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적절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전과 다르다는 진단이다. 당장 이자 갚기가 벅차다는 것이다. 은행에서 빌렸으나 싼 이자 덕에 내 집에서 편하게 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거다.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달라 값이 치솟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환율도 오르기 시작했다. 대출금리가 2%p오르면 46만 가구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소득의 40%가량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이른바 고위험 가구가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다급해졌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각자 벌어서 갚는 수밖에 달리 융통할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도 써먹을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부동산경기침체에 가격도 폭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경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불안하다.

이미 최악의 고용상황이라는 진단과 함께 수출도 여의치 않아 총체적인 침체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는 때다. 집권여당은 지자체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긴 했어도 향후 경제대책이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급한 대로 추경이나 증세 혹은 전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을 풀고, 앞으로도 그 규모도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국민세금을 실업대책이나 경기부양책에 쏟아 부으면 머잖아 바닥날 국고는 무엇으로 채울 것이냐는 소리가 들린다.

가계 빚이나 실업문제는 이 정부가 잘못해서 비롯된 사안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불거진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이를 해소하기위한 접근방식이 문제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전제부터 이상했다는 지적이다. 소득주도경제라는 게 이상하다는 거다. 돈 벌자고 경제활동하고 생활하는 건데 새삼스레 소득주도라는 말로 포장하는 게 이상하다는 거다.

그리고 임금부터 부쩍 올린다고 그것이 고스란히 소득이 될 것처럼 생각했다는 점이 이상했다는 것이다. 또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퍽 좋아할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도 제풀에 꺾이고 말았다. 억대연봉을 받으며 귀족처럼 잘사는 노조원들은 섭섭할 테지만, 야근이라도 해서 한 푼이라도 소득을 더 올리겠다는 근로자들은 당장 생활이 쪼들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득주도로 한 푼이라도 더 가계에 보탬이 되는 경제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빗나가고 있다. 그러면 방법은 한가지다. 정책의 근본을 바꾸면 된다. 생각을 바꾸라는 것이다. 시장을 바꿀 것이 아니라 더 잘되도록 제때 정책적 보조수단을 강구하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훈수하는 짓은 말라는 주문이다. 그동안 지켜온 시장의 기능을 바꾸려는 엉뚱한 생각을 이제는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강력한 경고가 내려졌다. 작금의 어두운 상황이 그것이다. 1500조원의 가계 빚 앞에 선 정부의 다음 한수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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