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강남 “매도·매수 문의 줄고 매매 끊겨”…노원 “전월세만 거래돼”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중개업소들. 지난 4월 양도소득세 중과에 이어 지난 22일 보유세 인상 방안이 나오자 손님이 없어 한산한 분위기다. <사진=박지윤 기자>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중개업소들. 지난 4월 양도소득세 중과에 이어 지난 22일 보유세 인상 방안이 나오자 손님이 없어 한산한 분위기다. <사진=박지윤 기자>

[현대경제신문 박지윤 기자] “아파트 매매거래가 줄어든 건 3개월 정도 됐는데 이번달은 특히 손님 발길이 뚝 끊겼어요. 보유세 인상한다고 하니까 간간히 오던 매수 문의 전화도 줄었어요.”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인상안을 공개한 지 3일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상가에서 영업하고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말이다.

이들은 매장의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마쳤지만 분위기는 한산했다. 가끔 들리는 손님들은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의 층수만 묻고 이내 발길을 돌렸다.

기획재정부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2일 부동산 보유세 가운데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는 방안 4가지를 제시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액비율)을 연간 10% 포인트씩 올리는 방안, 주택 기준 세율을 2.5%까지 인상하는 안, 공시가액비율을 단계적으로 연간 2∼10%씩 올리고 세율도 2.5%까지 높이는 방안, 1주택자는 공시가액비율만 올리고 다주택자는 공시가액비율과 세율 모두 인상하는 방안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방안으로 평가받는 공시가액비율과 세율 모두 올리는 세 번째 안을 적용해보면 시가 30억원인 아파트의 보유세는 현행 462만원에서 636만원으로 최대 174만원(약 38%)까지 늘어난다. 시가 20억원인 경우 현행 176만4천원에서 223만2천원으로 약 47만원(약 27%) 증가한다.

보유세 강화 방안이 나온 뒤 서울 강남구 부동산 시장 상황도 송파구와 비슷했다.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사장은 “지난 4월 양도소득세 중과되기 전까지는 거래도 많이 이뤄지고 매수·매도 문의전화도 많아 주말, 평일 가리지 않고 바빴는데 요즘은 문을 열기 민망할 정도로 문의나 거래가 뜸하다”며 “보유세 인상안까지 나와서 가뜩이나 줄어든 거래가 아예 끊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일대 공인중개소들. 손님 없이 직원들만 자리를 채우고 있다. <사진=박지윤 기자>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일대 공인중개소들. 손님 없이 직원들만 자리를 채우고 있다. <사진=박지윤 기자>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마포구의 부동산공인중개소 관계자들도 “매매거래는 양도세 중과세가 시행되면서 실종된 지 한참 됐고 전월세 거래로 인건비만 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집값이 많이 오른 상태로 시세는 안 떨어지는데 급매로 나온 좋은 매물을 값싸게 사려는 매수자들만 있어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집값이 강남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북 노원구 부동산 시장도 극심한 ‘거래절벽’을 겪고 있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부동산중개소 대표는 “아파트를 사려고 하지도 않고 팔려던 사람들도 현재 시세로 거래가 안될 것 같으니 물건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매수자 매도자 모두 온라인에 공개된 아파트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눈을 낮추지 않아 이번달에 매매계약서를 한 건도 못썼다”고 말했다.

이어 “전월세 임대차계약으로 겨우 임대료랑 인건비내면서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번달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천545건으로 지난해(1만4천304건) 대비 약 75%나 줄었다. 지난 5월(5천526건)과 비교해도 약 36%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이번달 강남구 거래량은 88건으로 지난해(1천30건)와 지난달(175건) 대비 약 91%, 49%씩 감소했다. 송파구(146건)도 지난해와 지난달보다 각각 약 86%, 35% 줄었으며, 노원구(345건)도 약 77%, 31%씩 감소했다.

한편 정부가 발표한 보유세 인상안은 서울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이지만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송파구 잠실역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소 사장은 “보유세 몇백만원 인상한다고 1년 동안 가격이 억대로 오르는 아파트를 누가 팔겠냐”며 “강남권 부동산 시장은 20억~30억원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보유세 때문에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담긴 8.2대책이 나온 이후로 흐름을 살피면서 매수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역 주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도 “강남권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강북 부동산 시장은 보유세가 올라가는 영향보다는 주택담보대출 제한때문에 아파트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매수를 못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25일 오후 1시 서울 노원구 상계역 인근 상가에 몰려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점심시간에도 문을 열었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드물다. <사진=박지윤 기자>
25일 오후 1시 서울 노원구 상계역 인근 상가에 몰려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점심시간에도 문을 열었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드물다. <사진=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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