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상승해 해외 경쟁력 약화·수주 급감 우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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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박지윤 기자] 7월부터 직원 수 300명 이상인 기업에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단속과 처벌이 올해 말로 유예됐지만 건설업계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국내외 현장은 적용 대상에서 배제해야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는 다음달 도입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단속·처벌을 6개월 동안 유예하는 기간을 두겠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이 개정안은 법정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골자다. 3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기업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다음달부터 적용해야 한다.

GS건설과 계룡건설은 각각 이달 5일과 21일부터 호반건설은 지난달부터  탄력근무제를 조기 시행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도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이달 말 발표할 계획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국내에서 내근하는 직원들의 경우 주 52시간 근로를 적용해도 문제없지만 국내 공사장이나 해외 현장에 도입하기엔 막막한 상황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근로단축법 개정안의 단속과 처벌기간이 6개월 미뤄진 것은 시행착오를 줄일 시간을 벌 수 있는 정도일 뿐 임시방편 책에 불과하다”며 “국내 사무직에 도입하는 것은 몰라도 국내 공사현장과 특히 해외 건설현장에 똑같이 적용되면 인건비가 오르고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비판했다.

해외 파견 경험이 있는 건설업계 관계자도 “해외에서 건설 사업을 계획할 때 파견되는 직원들의 규모와 근무 시간은 해당 지역 노동법과 국내법을 맞춰야 하는데 해외 수주물량이 많은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등은 주 6일 근무제를 적용하고 있어 국내법과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주 52시간 근로법을 국내와 해외에 다르게 적용하는 대책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견건설사인 성창E&C 김기영 대표는 청원글을 통해 “보완책이 없는 채로 근로시간 단축 개정안이 시행되면 시장경제 논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 경영인 대부분이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해외 건설 현장의 경우 개정법 적용을 배제하는 등 현실이 충분히 반영된 실질적인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국내 근무시간 단축법이 겹치면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 급감과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건설업계의 가장 큰 해외 발주처인 중동 시장이 발주를 줄이고 외화 확보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고 국내 근무시간 단축법으로 중국·터키 등의 저가 수주에 밀려 경쟁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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