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빚좋은 개살구...채용비리 문제 해결 대응책 못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된 '은행권 채용과정 모범규준안' 도입 소식에 달린 취업준비생들의 댓글반응.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된 '은행권 채용과정 모범규준안' 도입 소식에 달린 취업준비생들의 댓글반응.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은행권이 올해 하반기부터 은행연합회에서 마련한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채용 당사자인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모범규준이 채용비리 문제 해소의 충분한 대응책이 될 수 없다며 실질적인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올해 하반기 채용을 지난해보다 대규모로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 초부터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채용비리 여파로 상반기 공채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의 하반기 채용 규모는 2천200여 명(KB국민은행 600명, 신한은행 750명, KEB하나은행 250명, 우리은행 550명)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대비 400명 이상 많은 수준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이번 채용과정부터 은행연합회가 지난 5일 은행권 채용절차의 공정성, 투명성 향상을 위해 공개한 채용절차 모범규준안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채용절차 모범규준안은 필기시험 도입과 서류전형 외부기관 위탁, 블라인드 면접, 임직원 추천제 폐지, 채용비리로 인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도록 예비합격자 풀 운영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모범규준안은 권고 수준일 뿐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하지만 은행들은 채용비리 후폭풍에 벗어나고자 확정된 규준을 내규에 도입하고 채용의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은행권 취준생들은 모범규준안 도입이 채용 비리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지 의구심을 제기 중이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은행권이 추구하던 경향과 맞지 않다는 지적과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부분이 많아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은행권 취준생 A씨는 “속칭 ‘은행고시’로 불리던 필기시험 재시행은 채용에 어느 정도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디지털금융 확대, 글로벌 시장 진출 등에 따른 전공 불문 다양한 분야 인재 채용과 금융 자격증 등의 스펙보다 경험과 창의성, 인성 중심의 인재 채용을 지향하던 흐름에서 갑작스럽게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취준생 B씨는 “필기시험 외 다른 규준안 취지 조차 이해가지 않는다”며 “블라인드 면접은 이미 도입됐으나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아 채용비리 문제가 발생한 것인데 어떤 부분에서 모범규준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방안 역시 취준생들이 피해를 당한 사실을 어찌 증명하고, 어떻게 면접 또는 입사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건지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모범규준안 적용에 앞서 은행들의 자체적인 채용과정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지난해 은행권 채용비리의 시발점이됐던 우리은행은 부정채용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며 지난 상반기 채용에서 필기시험을 부활했으나 관리감독 부실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은행권 취준생 C씨는 “은행들이 모범규준안 도입을 통한 공정, 투명성 제고를 기대하는 눈치지만 우선 손봐야할 부분은 자체적인 채용시스템 결함”이라며 “문제가 발생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은행들이 말하고 있는 ‘채용의 공정함 원칙중시’의 신뢰도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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