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입찰 실패·인테리어 부진 딛고 공구유통매장 오픈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구자영 이에이치씨(EHC) 대표(사진)가 공구유통사업에 도전한다.

구자영 대표는 유진홈데이(옛 유진디에프앤씨)에서 면세점입찰 탈락과 인테리어사업 적자를 경험한 후 올해 초 이에이치씨로 적을 옮긴 인물이다.

이에이치씨는 지난 4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공구매장인 ‘에이스홈센터’ 1호점을 열었다.

이 매장은 건축·인테리어용 자재·공구·철물·생활용품 등을 판매한다. 연면적 1천795㎡에 지상 3층 규모다.

유진그룹은 이 사업을 위해 지난 1월 홈 임프루브먼트업계 세계 최대기업인 미국의 에이스하드웨어와 제휴를 맺었다.

유진그룹은 에이스하드웨어로부터 점포운영에 필요한 브랜드 사용, 상품소싱, 경영기술, 운영노하우 등을 전수받아 선진화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구 대표가 취임한 이후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다.

구 대표는 유진그룹이 지난 2014년 롯데그룹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그는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지난 1981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30여년간 근무하며 롯데마트 상품본부장과 해외사업본부장, 롯데마트 중국총재를 거쳤다. 2014년 초 유진기업 건자재부문 고문으로 영입됐다.

롯데마트 상품본부장 시절 이마트와 가격 경쟁을 벌이며 화제를 모으고 중국본부장 재임기간에는 현지매장 100호점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보여 새로운 리더로 주목받았다.

그는 유진그룹에 몸을 담은지 1년만에 중책을 맡았다. 시내면세점사업이다.

유진그룹은 지난 2015년 4월 서울 영등포동 여의도동 옛 MBC사옥 터에서 면세점사업에 도전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유진그룹은 유진기업의 100% 자회사로 같은해 5월 유진홈데이(당시 유진디에프앤씨)를 설립하고 당시 유진기업 건자재부문 고문으로 일하던 구 대표를 초대 대표이사로 앉혔다.

구 대표는 취임 보도자료에서 “유진이 지향하는 면세점은 쇼핑과 문화의 결합”이라며 “스튜디오와 방송시설을 그대로 활용해 관광객들이 문화콘텐츠를 향유하며 쾌적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홈데이는 구 대표 위임 직후 서울시관광협회와 여의도 MBC 부지에 서울관광종합상황센터를 짓기로 합의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같은해 7월 발표된 서울 시내면세점 중소·중견기업부문 입찰에서 SM면세점에 밀려 탈락했다.

또 이듬해 10월 마감된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동양 인수에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유진홈데이는 인테리어사업을 눈을 돌렸다.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연간 20조원 규모로 성장하자 면세점 대신 이 분야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6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8가에 홈 인테리어 전문매장인 ‘홈데이 원’ 1호점을 열으며 서울 송파구 삼전동과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각각 2호점과 3호점을 열었다.

하지만 실적은 좋지 않았다. 유진홈데이는 지난해 매출이 100만원을 밑도는 상태에서 100만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순손실도 100만원이다.

이에 유진그룹은 지난 2월 유진홈데이의 대표이사로 유순태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선임했다.

유순태 대표이사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인테리어 분야가 유진그룹의 신사업인만큼 신규사업을 담당하던 유순태 부사장에게 맡긴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이에이치씨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이에이치씨는 공구유통사업을 추진,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사던 곳이다.

한국산업용재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열고 “유진기업의 산업용재·건자재 대형마트 개장 시 주변상권 붕괴는 물론 동종업계 종사자 등 전국적으로 수만명이 거리로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유진그룹은 올 1월을 목표로 공구매장 개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두 단체는 또 지난 3월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유진기업과 산업용재 소상공인은 같은 소비자에게 같은 물건을 판매하므로 상생할 수 없다”며 “현 정부의 소상공인 보호정책으로 다이소가 문구류 판매를 중지한 것처럼 유진기업도 산업용재, 건자재, 철물 제품 취급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정부도 이에이치씨의 공구매장 개장을 유예시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3월 28일 사업조정 권고문을 통해 “이에이치씨의 에이스홈센터 금천점 개점을 3년간 연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이치씨는 정부의 유예처분 보름 뒤인 지난 4월 16일 중소벤처기업부를 상대로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지난달 30일 이에이치씨의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에 이에이치는 ‘에이스홈센터’ 1호점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다만 이 사업은 행정소송과 소상공인들의 반발이라는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안수헌 한국산업용재협회 사무총장은 “행정소송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최종 판결까지 1년 반이나 2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유진그룹이 매장을 열고 운영하면 나중에 대법원에서 중기벤처기업부의 처분이 옳다고 판결해도 그 사이에 회원사들은 다 죽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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