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서 최종 승소하더라도 그동안 소상공인은 모두 망해”

유진그룹이 공구유통사업을 시작하자 소상공인들이 아쉬움을 나타냈다. 안수헌 한국산업용재협회 사무총장은 4일 “대기업인 유진그룹이 자금력을 앞세워 대형로펌을 고용, 공구매장 개장을 허락하는 가처분 판결을 얻어낸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씁쓸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3월 한국산업용재협회 관계자들이 대전 서구 둔산동 정부대전청사에서 이에이치씨의 ‘에이스홈센터’ 개장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한국산업용재협회>
유진그룹이 공구유통사업을 시작하자 소상공인들이 아쉬움을 나타냈다. 안수헌 한국산업용재협회 사무총장은 4일 “대기업인 유진그룹이 자금력을 앞세워 대형로펌을 고용, 공구매장 개장을 허락하는 가처분 판결을 얻어낸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씁쓸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3월 한국산업용재협회 관계자들이 대전 서구 둔산동 정부대전청사에서 이에이치씨의 ‘에이스홈센터’ 개장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한국산업용재협회>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유진그룹이 정부의 개점 유예 처분에도 소송을 통해 공구유통사업을 시작하자 소상공인들이 아쉬움을 나타냈다.

안수헌 한국산업용재협회 사무총장은 4일 “대기업인 유진그룹이 자금력을 앞세워 대형로펌을 고용, 공구매장 개장을 허락하는 가처분 판결을 얻어낸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씁쓸하다”고 말했다.

유진그룹 계열사 이에이치씨는 이날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공구매장인 ‘에이스홈센터’ 1호점을 열었다.

이 매장은 건축·인테리어용 자재·공구·철물·생활용품 등을 판매한다. 연면적 1천795㎡에 지상 3층 규모다.

유진그룹은 이 사업을 위해 지난 1월 홈 임프루브먼트업계 세계 최대기업인 미국의 에이스하드웨어와 제휴를 맺었다.

유진그룹은 에이스하드웨어로부터 점포운영에 필요한 브랜드 사용, 상품소싱, 경영기술, 운영노하우 등을 전수받아 선진화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매장은 공구분야 소상공인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한국산업용재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열고 “유진기업의 산업용재·건자재 대형마트 개장 시 주변상권 붕괴는 물론 동종업계 종사자 등 전국적으로 수만명이 거리로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유진그룹은 올 1월을 목표로 공구매장 개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산업용재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대기업인 유진기업은 위상에 맞는 처신을 바라며 소상공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장을 추진할 경우 전국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인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개입과 대책 수립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장호성 한국산업용재협회장은 “산업용재에 대한 전문성도 없는 유진은 대기업 위상에 맞는 처신을 바란다”며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장을 추진할 경우 전국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단체는 또 지난 3월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유진기업과 산업용재 소상공인은 같은 소비자에게 같은 물건을 판매하므로 상생할 수 없다”며 “현 정부의 소상공인 보호정책으로 다이소가 문구류 판매를 중지한 것처럼 유진기업도 산업용재, 건자재, 철물 제품 취급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정부도 이에이치씨의 공구매장 개장을 유예시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3월 28일 사업조정 권고문을 통해 “이에이치씨의 에이스 홈센터 서울 금천점 개점을 3년간 연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이치씨는 정부의 유예처분 보름 뒤인 지난 4월 16일 중소벤처기업부를 상대로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지난달 30일 이에이치씨의 가처분을 인용했다.

안수헌 사무총장은 “본안소송이 빨리 끝나봐야 1년 반이나 2년 정도 걸릴텐데 유진그룹이 매장을 열고 운영하면 나중에 대법원에서 중기벤처기업부의 처분이 옳다고 판결해도 그 사이에 회원사들은 다 죽어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 사무총장은 이어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는 셈”이라며 “(유진그룹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심사숙고해 결정한 것을 김앤장이라는 대형 로펌을 이용해 뒤집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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