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실물경제에 적신호가 비치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당장 생활물가가 일제히 오르고 있다. 그 정도가 급등을 넘어 폭등 수준이다.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바로 가계, 서민경제와 직결되는 부문이다. 지출은 늘어나고 있는데 수입은 제자리다. 오히려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고 있다. 불과 1년 남짓한 동안 서민경제, 아니 가계에 이상 현상이 생긴 것이다.

새정부가 들어서고 이른바 최저임금이 대폭인상 된다는 뉴스는 희소식처럼 여겨졌던 것도 사실이다. 정부도 잠시만 기다리면 가계소득이 부쩍 늘어나 살림이 펴질 것이라고 했다. 적잖이 기대에 부풀었던 것이다.

그렇게 차일피일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는 사이에 수입이 늘어날 기미는 차츰 수그러들었다. 늘어나기는커녕 역전현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용돈을 벌어쓰던 아르바이트생의 일자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일자리가 급거 줄어든 것이다. 골목시장의 침체가 서민가계를 압박했다. 당연한 이치다.

그러자 식솔 가운데서 손을 내미는 구성원이 늘어났다. 용돈을 벌어 쓰던 알바생이 주인공이다. 게다가 머잖아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던 졸업생은 아직도 취업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경제 전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제정책은 긴 호흡이 필요하므로 단기적성과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일자리정책과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성과가 국민실생활에서 구현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경제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금년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1%오르고, 가계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3.7%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제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상황인식은 적어도 나라경제에 한해서는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맘이 곧 드러났다. “반면 일자리 증가속도가 둔화하고 하위 20%의 가계소득이 감소해 소득분배가 약화됐다는 통계도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정부가 가장 주력했던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소득분배가 약화됐다는 해석은 지금까지의 재벌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한 것이 아닌가. 이는 이 정부의 재벌정책방향이 시장경제체제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 부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경제에 관한 거시지표와 국민의 체감사이에 큰 간극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일자리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정부정책기조가 제대로 가는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만큼 국민의 공감, 소통을 국정운영의 주요 잣대로 여기는 집권자는 일찍이 없었을 정도다.

그런데 이날 회의에서 국민과 정부의 국정목표가 서로 다른 것은 아닌지 모호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정부의 경제정책목표가 국민적 열망과 같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자리로 보여서다.

요즘의 회담정국을 두고 카오스이론을 일컫기도 한다. 종잡을 수가 없다는 비판이다. 나라의 위상과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는 말씀 한마디가 바로 목표가 돼야 한다. 그것이 국민적 의지이기 때문이다. 실물경제의 향방이 지극히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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