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규제 강화되자 기관 영업 집중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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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시중은행들이 파격에 파격을 거듭하는 조건으로 기관영업을 따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의 각종 가계대출 규제강화로 악화된 영업환경 속에서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전략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최근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통해 1금고 우선협상 대상 은행으로 신한은행을, 2금고에는 우리은행을 선정했다.

서울시의 1금고는 일반·특별회계 관리를, 2금고는 기금 관리를 맡는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시의 일반·특별회계는 30조원, 각종 기금은 2조원으로 1금고가 서울시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메인’ 역할을 한다.

이번 우선협상 대상 선정 결과를 두고 업계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104년 동안 서울시의 ‘금고지기’ 역할을 해온 우리은행이 1금고를 유치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서울시 금고지기 선정의 당락을 가른 것은 출연금 규모였다.

신한은행은 시금고 유치를 위해 서울시에 3천억원이 넘는 출연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시금고를 관리해 온 우리은행의 4년간 출연금(1천4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액수다.

이같은 신한은행의 파격행보는 앞서 굵직한 기관영업 사업을 다른 은행에 빼앗긴데 따른 설욕전으로 볼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5년에 국방부 ‘나라사랑카드’ 사업자에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 경찰철 ‘경찰공무원 대출·복지카드 사업권’을 따낸 바 있다. 두 사업 모두 신한은행이 각각 10년, 5년씩 맡고 있던 것이다.

KB국민은행은 경찰공무원 대출·복지카드 사업은행으로 선정될 당시 경찰공무원에게 최저 연 1%대의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으로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또 우리은행은 국민연금공단의 주거래은행 자리를 잡기위해 전산시스템 구축·유지 및 전담 인력 배치 등에 경쟁은행 이상으로 재원을 아끼지 않았고, 지난 10년간 신한은행이 독점해왔던 600조 원의 자산을 운용 중인 국민연금의 금융 업무를 수행업무를 꿰찼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끼리 서로 기관영업을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업 유치를 위한 ‘제살 깎아먹기식’ 파격 조건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정부의 각종 규제 압박으로 수익성 강화가 절박한 상황이지만 과당 경쟁 심화로 사업 선정 때마다 특혜 시비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은행은 사업 유치를 위한 과도한 조건이 건전경영을 헤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기관들 역시 체계적인 금융사업 관리를 위해선 주거래은행 선정 기준을 출연금과 금리 혜택 등에 치중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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