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감독·정책업무 분리, 금융위 해체 등 언급

취임 후 첫 만남을 가진 윤석헌 금감원장(오른쪽)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연합>
취임 후 첫 만남을 가진 윤석헌 금감원장(오른쪽)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금감원이 금융위원회 하부 조직이자 금융정책의 마지막 조치라는 세간의 인식에서 벗어나 감독기구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란 의지를 밝힌 것으로, 업계에선 금감원과 금융위가 향후 대립각을 세우는 건 아닌 지에 주목하고 있다.  

9일 오전 윤석원 금감원장은 취임 후 첫 공식행보로 최종구 금융위원장 및 금융위 관계자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이날 양측은 금융당국 간 협력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윤 원장은 최 위원장이 금감원 업무에 대해 깊은 이해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금감원장 취임 전 윤 원장이 금융위원장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하다 보니, 이날 양 기관장 간 첫 만남은 상당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다만 향후로도 금감원과 금융위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주요 금융현안은 물론 금감원 독립성을 두고 두 기관장의 기존 입장에서 차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헌 원장은 금감원이 금융감독기구로서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다. 그는 금융이 산업정책의 도구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지적해 왔고, 관치 금융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금감원장 취임사에서도 그는 “외부의 다양한 요구에 흔들리고 내부의 정체성 혼란이 더해지면서 금감원이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데 미흡했다”고 지적하며 “금융감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독립성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윤 원장의 평소 언행과 취임식 때 밝힌 각오 등을 고려할 때 금감원의 행보가 과거와 달라질 것이라 기대하며 기관 건전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보고 있으나, 금융정책을 총괄해 온 금융위와는 미묘한 신경전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윤 원장은 과거 금융위 해체를 언급하기도 했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2012년 2월 윤 원장은 한 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MB정부 인수위가 금감위사무국을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통합, 금융위원회를 설치했는데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혼합한 셈”이라며 금융위 해체 및 감독업무의 민간 공적기구 분리를 주장했었다.

한편 윤 원장과 최 위원장의 이날 만남에서는 금융 현안 및 금감원 독립성 강화 방안 관련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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