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m 거리 재개발조합끼리 다툼…고급 브랜드도 경쟁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아파트의 가치를 결정하는데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같은 구에 있는 단지 간에 펫네임(Pet Name·별칭)을 두고 소송까지 벌어졌다.

또 법원이 원고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서울의 한 아파트는 졸지에 이름을 바꾸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0부는 서울 성동구 옥수13구역재개발조합이 “‘파크힐스’라는 이름을 쓰지말라”며 서울 금호15구역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낸 상표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17일 인용했다.

옥수13구역은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있는 재개발단지다. 약 2천가구 규모의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로 재탄생해 지난 2016년 11월 입주가 시작됐다.

금호15구역은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있는 재개발단지로 ‘e편한세상 금호파크힐스’로 새단장해 지난달부터 입주가 이뤄지고 있다.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와 불과 1km 떨어져 있는 곳이다.

옥수13구역조합은 파크힐스란 이름을 이미 상표권으로 등록해놨다며 금호15구역조합에 아파트 이름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옥수13구역 조합은 소송에서 “금호15구역조합은 아파트의 공용부분에 파크힐스를 표시하고 이를 사용해 아파트를 홍보해 전용사용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호15구역조합도 “파크힐스란 표현을 건물분양업에 사용하고 있을 뿐으로 대림산업의 저명한 서비스표를 포함고 있어 수요자들이 오인·혼동할 우려도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옥수13구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건설사의 브랜드는 다수의 단지에 적용되는 것이고 행정구역명은 식별력이 미약한 반면 파크힐스 부분은 이 아파트의 애칭 내지 별칭(펫네임)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수요자에게 가장 두드러지게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크힐스는 공원과 언덕 등의 의미”라며 “옥수13구역이 등록한 상표와 e편한세상 금호파크힐스는 영어단어의 복수형으로 흔히 사용되는 ‘스’가 부가된 부분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의미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금호15구역은 판결에 불복, 지난 23일 고등법원 항소했다가 바로 취하했다. 이에 따라 금호15구역 재개발 아파트는 이름이나 표시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펫네임이나 브랜드는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닥터아파트가 만 20세 이상 회원 1천94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1%는 동일 입지에서 아파트 구입 시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요인으로는 브랜드를 꼽았다.

또 부동산114가 성인 6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6.5%가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으며 81.5%는 ‘원하는 브랜드를 선택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감수할 수 있다’고 답했다.

브랜드에 따른 추가 비용으로는 총 구매비용의 5% 미만을 선택한 답변이 43.6%로 가장 많았다. 4억원짜리 집을 사면 브랜드 프리미엄으로 2천만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는 셈이다.

이에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대림산업은 각각 ‘디 에이치’와 ‘써밋’, ‘아크로’라는 고급 브랜드를 만들어 사용 중이다.

또 아파트의 장점을 홍보하기 위해 브랜드와 지명 뒤에 특정 펫네임을 붙이는 경우도 흔하다. 공원 가까우면 파크(park)를 붙이거나 호수가 가까우면 레이크(lake)가, 하천 조망이 가능한 경우 리버 뷰(river view)를 붙이는 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차별성을 주기 위해 단지 이름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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