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 파행…“답답할 따름”

지난해 9월 공급된 부산 명지 퍼스트월드 견본주택 앞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 단지는 1천648가구 모집에 총 22만9천734명이 청약을 신청해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의 청약신청자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견본주택에 수만명이 몰리는 장면은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9월 공급된 부산 명지 퍼스트월드 견본주택 앞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 단지는 1천648가구 모집에 총 22만9천734명이 청약을 신청해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의 청약신청자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견본주택에 수만명이 몰리는 장면은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여야 대립으로 4월 임시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 논의도 지연되고 있다.

10일 중견건설업계 관계자는 “4월에 논의될 줄 알았던 후분양제 도입이 여야 갈등으로 지연되면서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치권의 일이라 민간에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앞선 9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김성태 자유한국당·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노회찬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원내대표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 정례회동을 열었지만 4월 임시국회 개회에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4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던 후분양제 도입 여부도 자연스럽게 늦어지고 있다.

지난달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후분양제 도입 등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저잉었으나 대표발의자인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 참석하지 않아 4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후분양제는 아파트를 일정 수준 이상 지은 뒤 일반에 분양하는 것을 말한다. 일단 분양한 뒤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건설하는 현재의 선분양제의 반대다.

현행법은 선분양과 후분양을 구분하고 있지 않지만 대지 소유권 확보와 분양 보증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선분양을 허용하고 있다.

후분양제는 고객들이 아파트 실물을 보고 계약할 수 있어 품질이 올라가고 건설 도중 시공사 부도 등으로 분양계약자가 불의의 피해를 보는 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서울시 SH공사의 경우 지난 2006년 9월부터 후분양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건설비가 있어야 분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소 건설사의 아파트 공급이 어려워져 대형 건설사만 공급이 가능하고 궁극적으로 독과점 상황이 될 것이란 지적이 대표적이다.

또 현재는 분양계약자들이 아파트 분양대금을 2~3년에 걸쳐 나눠 지불하지만 후분양제가 되면 자금 마련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져 서민들의 아파트 입주가 어려워지는 점도 있다.

후분양제는 참여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4년 로드맵이 만들어졌으나 도입되지 않다가 지난해 3월 정동영 의원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함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반대 입장이다. 주택건설협회는 중소건설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심광일 한국주택건설협회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선분양제의 순기능을 없앨 뿐만 아니라 후분양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마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심광일 회장은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될 위험도 있다”며 “주택시장에서 45~65%를 공급하는 중소업체 물량이 줄면 수급 불균형에 따른 집값 상승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최근에는 단계적 도입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갑섭 KB국민은행 구조화금융부장은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리서치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인구가 감소하고 주택보급률이 올라가며 주택의 대량공급보다는 소비자의 권익향상이 더욱 중시되는 사회적 풍토가 자리 잡으면서 단계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제는 건설업계의 해묵은 이슈”라며 “많은 이해당사자가 걸려 있는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