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탁 산업부 기자
김병탁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김병탁 기자] 19세기 독일철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망각곡선 이론에서 절대적인 시간에 대한 인간의 기억이 무의미함과 스스로의 반성을 일깨웠다.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을 간과한 인간의 어리석음이 지금도 끊임없이 우리 주위를 위험과 공포 속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생리대 파동, 아기 물티슈. 살균체 계란 파동 등 일련의 사건으로 케미포비아(화학공포증)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올해도 비슷한 사건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3월 환경부는 피죤의 스프레이 탈취제 제품에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검출돼 회수 명령을 내린 바 있다. PHMG는 흡입독성이 매우 강하며 폐, 비강, 후두, 눈 등을 손상시킬 수 있는 위해우려성분중 하나다.

심지어 마비성 패류독소의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홍합 등 어패류들이 발견되며 우리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화장품 제품도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금속 ‘안티몬’ 허용기준을 위반한 13개 제품에 대해 즉시 판매중단 및 전량 회수조치를 내렸다. 아모레퍼시픽, 에뛰드하우스, CJ올리브네트웍스 등 대형 화장품 업체들도 대거 포함돼 있었다.

현재 소비자들에게 더 큰 분노를 사고 있는 것은 지금 기업들의 태도다.

지난 3월 한 방송사에서 스프레이 탈취제 논란과 관련해 강 모 코리아메디케어 부사장은 “같은 물질이라도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노출되느냐, 어떤 양만큼 노출되느냐에 따라 위해성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화장품은 음식이나 물과 달리 피부에 바르기 때문에 화장품 중 안티몬이 인체에 흡수될 가능성은 낮다”고 해명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11년 수많은 인명피해를 일으킨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통해 우리는 교훈을 얻었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 걸린 제품에는 어떠한 예외도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우리 기업들은 그때의 교훈을 까마득히 잊은 듯하다.

또 다시 케미포비아가 대한민국을 뒤덮는 지금, 국민을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기업의 변화가 우선시 돼야 한다.

아직도 대한민국이 가야 할 안전주권의 길은 갈 길이 멀고, 국민의 생명은 여전히 위협이 도사리는 안전사각지대로 내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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