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한반도 전쟁위기설은 이미 해묵은 소문이 돼 버렸다. 그렇다고 위기설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분명히 현재진행형이고, 머잖은 미래가 더 위기일 것이라는 그럴듯한 소문으로 이어진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그렇다.

현재 가장 핫한 뉴스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의 만남여부로 축약된다. 어쩌면 한반도의 미래가 결정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중차대한 역사적 사건을 눈앞에 두고도 우리 국민은 침착하기 그지없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 사건이 닥아 올 것이라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좋게 표현하면 상당한 담력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너무 둔감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특히 외국인 그것도 일본사람들의 반응이 그렇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백성이 그 정도의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정작 그럴까. 정상들이 만나 이러저러한 단판을 짓는다고 우리의 명운이 크게 달라진 경우가 없다는 경험칙이 작용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예 정상회담을 외면하는 형상은 아니다. 내면에서는 서서히 달아오르는 그 무엇이 보이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 경제적 현실에 대한 강력한 폭발적 그 무엇인가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음이 확연하다. 우리경제의 현주소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지극히 현실적 타산인 것이다.

안보가 곧 먹고사는 문제로 귀결되듯, 당장 미국과의 통상문제가 이번 정상간 회담의 바탕이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북한이 결국 밖으로 손을 뻗은 것도 옥죄는 경제문제를 풀고자하는 의도일 뿐이다. 그래서 도움을 줄 우리와 중국 그리고 미국을 만나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 집안사정이 만만치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당장 이 정부탄생에 큰 몫을 한 노조가 벌써부터 문재인 정부에 속았노라고 들고 일어날 조짐이다. 지방에 따라서는 이미 반정부선언을 하기 시작했다. 몇몇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한다거나 공장철폐 혹은 외국진출 등등으로 조업이 불안해진 것이다.

회사경영도 고용유지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도 이렇다 할 마땅한 묘안을 내놓을 수 없게 된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정권창출에 도움을 받았던 터에 이제는 타도의 대상이 될 운명에 처할 판이다. 정당간의 정권다툼이 아니라 배후세력에 의한 쿠데타가 두려운 형상이 되었다는 말이다.

며칠 전, 미국과의 통상협상이 우리 뜻대로 잘되었다고 기가회견을 하던 당국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의 기자회견이 있고 불과 며칠 못가 협상내용이 발표와 다르다는 견해가 파다했다. 거의 하나마나한 협상이었고 오히려 우리가 잃은 게 더 많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 차에 이번에는 트럼프의 아픈 말 펀치가 우리를 난타하고 있다.

안보를 지키려면 돈을 더 내라는 것이다. 더 이상 헐값에 나라를 지켜줄 수 없다는 의미다. 통상문제도 한국에게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게다가 그의 참모들도 한국의 좌경화 정권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아침뉴스는 온통 평양에서 열리는 우리예술단의 공연모습을 보내주고 있다. 김정일도 참관했다는 소식이 공연의 성과 중 뼈대를 이루고 있을 정도다. 북한 관중들의 세련된 차림도 열심히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거짓으로 일관된 연출이라는 것도 대한민국 사람들은 안다.

당국은 성급하다. 그래서 내놓는 말도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머잖다는 반응이다. 연예인들이 오가며 공연하는 것만으로 남북한에 평화정착이 된다고, 아무리 현 정부라도 믿지는 않을 것이다. 평화정착에는 안보가 보장돼야 한다. 더불어 안보는 국민이 믿을만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를 진정으로 도와주고 앞으로도 도움을 받을 만한 국가가 누구인지를 지금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그 바탕에서 일하고 보상받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지키는 안보질서를 공고히 해야 한다. 미래의 헌법도 이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진정한 봄맞이 준비를 해야 한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