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2심 모두 패소 후 대법원 상고 포기

SK케미칼의 혈우병치료제인 ‘앱스틸라’. <사진=SK케미칼>
SK케미칼의 혈우병치료제인 ‘앱스틸라’. <사진=SK케미칼>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SK케미칼이 혈우병치료제인 ‘앱스틸라’ 제조기술을 두고 녹십자와 벌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앱스틸라는 SK케미칼이 개발한 두 번째 바이오신약이다.

이 소송은 SK케미칼이 취득한 특허가 무효라고 녹십자가 문제를 제기해 시작됐다. 특허소송 2심에서 패한 SK케미칼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녹십자의 승리로 끝났다.

특허법원 3부는 SK케미칼이 “자사 혈우병치료제 특허를 무효화한 특허심판원 심결이 잘못됐다”며 녹십자를 상대로 낸 특허소송을 지난 1월 12일 원고패소 판결했다.

SK케미칼은 이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았고 이 소송은 결국 같은달 31일 원고패소로 확정됐다.

SK케미칼은 지난 2014년 ‘제8인자 및 그의 유도체의 제조 및 정제 방법’이란 기술을 특허로 등록했다. A형 혈우병치료제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다.

A형 혈우병은 혈장 속에 있는 제8혈액응고인자가 유전적으로 부족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에 제약사들은 일반인 수천명의 혈액 중 제8인자를 모아서 A형 혈우병치료제를 제조한다.

SK케미칼이 개발한 기술은 이 회사의 바이오신약인 ‘앱스틸라’에 사용되고 있다.

앱스틸라는 SK케미칼이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한 ‘단일 사슬형 분자구조(single-chain product)’를 가진 혈액응고 제8인자다. 미국과 유럽, 캐나다 호주에서도 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다.

이중 미국과 유럽, 호주 진출은 국내 바이오신약 중 최초다.

녹십자는 혈우병치료제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로 A형 혈우병치료제인 ‘그린진에프’를 갖고 있다.

녹십자 입장에서 SK케미칼의 특허는 경쟁사의 핵심기술일 뿐 아니라 후속 제품 개발에 걸림돌인 셈이다.

녹십자는 소송에서 “SK케미칼의 기술은 기존 기술에 비해 신규성이나 진보성이 없다”며 “또 명세서 기재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허심판원은 이 주장을 인정했다.

특허심판원 7부는 “SK케미칼 특허의 8항은 기존 기술과 동일한 것이므로 신규성이 부정되고 특허 1항과 3~7항은 통상의 기술자가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어 진보성이 부정된다”며 “따라서 이들 발명은 등록이 무효로 돼야한다”고 밝혔다.

특허법원의 생각도 같았다.

특허법원 3부는 “SK케미칼의 기술은 기존 기술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며 “또 통상의 기술자가 이 기술을 개발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SK케미칼의 기술은 통상의 기술자가 기존 기술을 결합해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으므로 결국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리서치업체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현재 세계 A형 혈우병치료제 시장은 8조2천억원에 달한다.

또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17% 증가한 9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A형 혈우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1천5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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