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진 산업부 기자
장은진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장은진 기자] ‘빛좋은 개살구’란 속담이 있다. 겉만 그럴듯하고 실속이 없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표 사례가 ‘질소과자’다. 과자의 부서짐을 방지하기 위해 질소를 채워넣다보니 과자의 양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 과자는 별로 없고 질소만 가득찬 상태를 비꼰 속어다.

‘질소를 사면 과자를 서비스로 준다’는 말까지 돌 정도다.

항공업계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마일리지다.

대한항공은 2008년 7월부터,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해 10월부터 마일리지 적립 유효기간을 10년으로 변경했다. 그 결과 올 7월과 10월부터 2008년 이후 적립한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시간에 따라 자동 소멸된다.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로는 항공권 외에도 마트할인상품권, 영화무료관람권을 구입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참 다양한 혜택이다.

하지만 막상 마일리지를 쓰려고 보면 실속이 없다. 마일리지로 예약 가능한 항공좌석 수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마일리지를 사용해 구매할 수 있는 좌석을 비행기 한대 당 10~20%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운항노선, 시즌 등에 따라 항공편별로 차등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휴가철이나 주말에 마일리지 항공권을 예약하기는 쉽지 않다.

마일리지로 좌석을 업그레이드할 경우에도 사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인기 항공노선은 마일리지로 업그레이드 가능한 좌석 수가 제한돼 있다.

마일리지로 대형마트 할인상품권, 영화무료관람권 등의 대체상품을 구매하려고 하면 가치가 터무니없이 떨어져 소비자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대한항공은 플라스틱 모형 비행기를 3만4천 마일리지에 판매 중이다. 비수기에 일본노선 왕복항공권을 3만 마일리지로 구매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또 다른 상품인 테디베어 세트는 1만2천 마일리지다. 1만 마일리지로 구매 가능한 김포-제주노선 왕복항공권보다 비싸다.

아시아나항공에서는 1만 마일리지로 20만원가량인 김포-제주노선 왕복항공권을 살 수 있다. 1마일리지 당 20원꼴이다.

하지만 마일리지를 이마트 할인권으로 바꾸면 1천428포인트를 사용해야 1만원 할인권이 제공된다. 1마일리지의 가치가 7원 수준으로 폭락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마일리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마일리지는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기업의 대표적인 판매 촉진 프로그램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서비스 차원에서 공짜로 주는 마일리지를 갖고 까탈스럽게 군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일리지 혜택을 고려해 한 곳만 꾸준히 이용한 고객들은 '빚 좋은 개살구'인 마일리지로 인해 떨떠름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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