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메일 통해 악성 투자자 욕설·협박 난무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증권가의 꽃’으로 선망 받던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 내용에 불만을 가진 일부 악성투자자들의 협박성 메일, 전화 등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애널리스트 수는 1천55명이다. 2012년 1천360명 수준이던 애널리스트 수는 2014년 1천250명, 2016년 1천80명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몇 년 동안 지속된 업계 불황으로 고액 연봉의 애널리스트가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돼왔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로봇애널리스트 도입 확대, 증권사들의 리서치센터 투자 축소로 애널리스트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치열해진 시장 상황 속 애널리스트들에겐 또 다른 비애(悲哀)가 전해진다. 악성 투자자들로부터의 ‘비난 세례’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리포트에 게재된 휴대전화번호, 메일주소 등 개인 정보를 활용해 리포터 작성자에게 협박 및 욕설을 남기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본인이 소유한 주식 종목의 전망을 좋지 않게 바라보는 것에 대한 앙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리포트 내용에 대한 상식적 피드백이 아닌 일방적 비난으로 가득찬 경우가 허다하다.
정도가 지나치다 보니 이에 따른 애널리스트들의 심리적 고충 역시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널리스트 A씨는 “아무개 기업의 실적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리포트를 내놨더니 해당 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일부 투자자들의 욕설과 협박으로 한참이나 시달렸다”며 “어떤 투자자는 칼을 들고 와 찔러버리겠다, 가족이 어디사는지도 안다는 무서운 협박을 날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 B씨 역시 “시도 때도 없이 리포트에 불만을 토로하는 투자자들로 인해 주말과 휴일에 푹 쉬지도 못한다”며 “갖가지 방법으로 불만을 보이는데 한 번은 굉장히 잔인한 사진들을 카톡으로 보내 하루 종일 찜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석 내용에 틀린점이 있거나 다른 견해가 있다면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비판 아닌 비난만이 쏟아져 가끔은 부정적인 견해를 쓰는 게 무서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엔터테인먼트 섹션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또 다른 고충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돌 악성 팬들의 이기적인 행동에 피해를 받고 있지만 10대라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널리스트 C씨는 “일부 아이돌 팬들은 아이돌의 음반 및 활동 실적 분석을 냈을 때 자신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경쟁사 엔터테인먼트에게서 돈을 받았냐’, ‘애널리스트가 아이돌 언플을 왜 하느냐’ 등 욕설과 함께 비하하는 발언을 되풀이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자 애널리스트 개인 정보를 비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으나, 정보 공개는 불가피하다는 게 증권사 입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의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는 곳도 일부 있긴 하지만 대부분 리포트를 통해 공개되는 편”이라며 “잦은 외부 활동으로 사무실을 비우는 경우가 많아 휴대전화번호를 게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목 분석 내용에 대해 작성자만큼이나 잘 알고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대체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며 “리포트 내용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사항 대응을 위해 그 연결통로로 휴대전화번호, 메일 등을 공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