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환경 고려, 내실 다지기 나서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지주사로 체제 전환을 준비 중인 우리은행이 속도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시장 환경의 변화 속 무리한 추진 보다는 당분간 내실을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3일 열리는 주주총회서 지주사 전환 추진 계획을 다루지 않을 방침이다.

‘우리종합금융이 지주사 전환을 대비, 정관을 변경하고 증권사 전환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과 관련해서도 구체적 내부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영화 다음 과제로 지주사 전환을 택한 뒤 이를 적극 추진해 온 우리은행이 최근들어 속도조절에 나선 모습으로, 대외 환경 변화 때문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이광구 전 행장 시절부터 지주사 체제 전환을 꾸준히 준비해 왔다.

은행에 집중된 금융그룹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금융업 전반에 걸친 사업 확장 차원에서 지주사 체제 전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대내·외 환경도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에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2017년 우리은행은 당기순이익 1조 5천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금융지주 사상 첫 당기순이익 3조원을 넘어선 KB금융과 그에 육박하는 실적을 거둔 신한금융, 당기순이익 2조원을 돌파한 하나금융에 비해선 적은 규모지만, 농협금융(8천598억원, 중앙회 지원 전 1조1천200억원)은 크게 앞서는 실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위한 내부 동력은 이미 갖췄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지난해 12월 이뤄진 세법 개정 역시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에 호재로 평가됐다.

세법 개정 전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의 시장 매각이 이뤄지기 전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경우 이중 과세 부담이 존재했었는데 이 같은 악재가 사라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선 지주 전환 후 예보 지분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손태승 우리은행장(사진)은 취임 직후 수차례에 걸쳐 지주사 체제 전환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신년사에서도 손 행장은 올해를 ‘지주사 전환의 원년’이라 선언한 바 있다.

이달 11일 손 행장은 은행장 취임 후 처음으로 자사주 5천주를 매입했는데, 이 역시 경영성과에 대한 대외 자신감 표명이자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수순으로 은행권에서는 보고 있다.

지주사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해오던 우리은행이 최근들어 속도조절에 나선 배경에 대해선 채용비리 파문 속 어수선한 업계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조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채용비리 파문은 물론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이슈 등 각종 이슈가 산재해 있어 당국과 이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진행하기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이중 과세 해소는 물론 완전 민영화 차원에서 추진돼 온 예보 보유 우리은행 지분의 시장 매각 작업 또한 최근 발생한 박경서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인해 전면 멈춘 상태다.

현재 우리은행은 지주사 체제로의 조속한 전환을 추진하기 보다는, 주가 회복 및 꾸준한 실적 개선 등 내실을 다져 나가는데 당분간 주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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