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논란 속 백복인 사장 연임 저지 실패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IBK기업은행의 백복인 KT&G 사장 연임 저지 시도가 실패로 끝났다. 기업은행은 백 사장 연임 반대 이유로 ‘주주로서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밝혔으나, ‘민간기업에 대한 국책은행의 무리한 인사개입’이란 논란만 남은 모습이다.

16일 오전 대전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31기 KT&G 정기주주총회에서 백복인 현 사장의 3년 연임이 최종 결정됐다. 주총 참석인원 중 76.26%가 연임 찬성표를 던졌다. 주주제안 형태로 기업은행이 요구한 은행 추천 사외이사 2인 추가 선임건은 부결됐다.

KT&G 2대주주(6.93%)인 기업은행이 백 사장 연임을 강하게 반대했으나, 대주주(9.09%)인 국민연금의 중립의견 표명과 국제 의결권 자문기구 ISS의 백 사장 연임 지지 결정 소식 등이 이어지며 기업은행 의도와 달리 백 사장 연임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기업은행은 이번 주총 결과와 관련 “결과를 받아들이며, 2대주주로서 회사 발전을 기대한다”면서 “KT&G 경영 참여와 관련 추가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5일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백복인 사장에 대한 연임 결정을 내리자 기업은행은 즉각 연임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사장 후보 선정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고, 최고경영자(CEO) 부재 리스크도 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은행은 “KT&G 사추위 회의가 사실상 백 사장에 의한 ‘셀프추천’으로 진행됐고,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과정 중 불거진 분식회계 의혹 관련 백 사장이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백복인 사장 ‘셀프연임’ 논란보다 그동안 KT&G 경영에 개입하지 않던 기업은행이 갑작스레 백 사장 연임에 반대하고 나선 배경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기업은행은 이에 대해 ‘이전까지 배당 등 투자 차원에서 유가증권을 보유해 왔으나, 지난해 7월부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활발한 경영 참여로 유가증권 보유 목적이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기관투자자의 활발한 경영 참여를 요구한 정부 입장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와 함께, '민간기업에 대한 국책은행의 과도한 경영간섭'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총 당일 현장에 참석한 한국노총 산하 전국담배인삼노동조합원들 역시 “기업은행의 경영개입이 노골화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공공기관이 관치에 나서고 있다”이라며 “정부 추천 낙하산 인사의 차기 KT&G 사장 내정을 위한 연임 반대 아니었냐”는 음모론까지 불거졌다.

한편 기업은행 관계자는 KT&G 낙하산 인사 내정설에 대해 “주주권익 제고를 위한 활동이었을 뿐 그 같은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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