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자산 챙기고 빚 떠넘겨 매각”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두산엔진 노조가 매각에 반대하고 나섰다.

인적분할로 사업부문만 매각되면 알짜자산 없이 빚만 떠안아 결국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해진다는 이유다.

14일 전국금속노조 두산엔진지회 관계자는 “두산엔진은 지금 빚이 7천억원인데 두산중공업은 인적분할로 두산밥캣과 두산건설 지분 등 4천억원 상당의 알짜자산만 챙기고 빚은 그대로 남긴 채 회사를 매각하려 한다”며 “장기적으로 회사가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또 매각 진행과정을 노조와 공유한다고 했지만 사측은 노조가 질의를 한 뒤에야 소식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앞선 13일 두산중공업은 보유 중인 두산엔진 지분 전량(42.66%)을 국내 사모펀드인 소시어스 웰투시 컨소시엄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가격은 822억원이다.

이번 매각은 두산밥캣 지분 등 두산엔진이 보유한 두산그룹 관련 자산 등을 인적분할한 투자 부문은 두산중공업에 합병하고, 잔존 사업 부문에 대한 보유 지분만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두산엔진은 선박용 대형엔진 전문업체다. 세계 시장 점유율 2위다. 작년 매출 7천689억원에 영업이익 135억원을 거뒀다.

노조는 인적분할 철회와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요구로 시설 투자에 사용할 돈을 두산밥캣과 두산건설 지분 매입에 사용했다”며 “이제 와서는 빚만 남기고 파는 비도덕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블록딜을 해 두산밥캣이나 두산건설 지분을 모두 현금화한 뒤 두산엔진의 부채 상환에 사용한 뒤 매각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두산엔진은 지난 2016년 6월 두산밥캣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 지분 11.6%와 두산홀딩스유럽(DHEL) 지분 21.7%를 두산밥캣에 넘기고 대신 두산밥캣 신주를 취득했다. 두산엔진이 확보한 두산밥캣 지분은 11.84%다. 취득금액은 6천168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작년 9월말 기준으로 두산엔진이 갖고 있는 두산밥캣의 지분가치는 3천866억원으로 떨어졌다. 지분율이 11.84%에서 10.55%로 다소 내려간 탓이라고 하기엔 손실이 크다.

또 같은해 8월에는 두산건설에 505억원 상당의 창원공장을 넘기고 대신 252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받았다. 250억원 가량을 손해 본 셈이다.

노조는 고용승계도 요구할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 고용승계를 요구하겠다”며 “단체 행동을 위한 조합원 동의는 이미 받아놨다”고 말했다.

두산엔진지회의 조합원은 445명이다. 두산엔진 전체 임직원(815명)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달 93%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단체행동을 위한 절차를 모두 끝냈다”며 “이미 서울 동대문에 있는 두산그룹 사옥에서 주중에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고 주말에는 조합원들도 상경해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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