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윤 금융부 기자.
안소윤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 하나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임기 만료가 임박한 일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연임 소식이 잇따라 들려온다.

11번째 연임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증권사 대표들의 재임기간이 통상 2~3년을 유지해온 것과 비교해 사뭇 다른 분위기다.

기업을 대표하는 CEO는 기업의 경영전략을 수립·추진하는데 있어 최고·최종의 의사결정자다.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이사회가 무력할 정도로 CEO의 힘이 강력해 교체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적 비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편향된 판단력의 우려를 키우고, 반대로 CEO의 재임기간이 짧아 교체가 과도하게 발생할 경우는 단기 업적주의로 흐를 수 있다.

그동안의 증권업계 CEO들의 생명력(?)을 따져본다면 후자에 가깝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CEO가 추진한 사업의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려면 5년은 걸린다’, ‘새로 취임한 CEO들은 전임 CEO가 추진하던 사업을 마무리 하느라 바쁜데, 중간에 교체되곤 한다. 이런 순환이 반복된다’, ‘CEO가 경영성과를 남기기에 임기 2~3년은 너무 짧다’고 답하곤 한다.

증권사 CEO들이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장기적 성장과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일 시간이 빠듯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최근 증권사 CEO의 연임 ‘붐’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통적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부문의 실적이 크게 약화, 미래 먹거리 발굴이 시급한 상황에 필연적인 결과로도 보인다.

현재 업계 최대 현안인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의 발전은 단기간에 역량 축적을 이룰 수 없는 사업이다. 자기자본 확대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으로써 경영성과에 즉각 반영되기 어려우며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단기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회사의 장기적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경영활동을 펼치려는 CEO의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한 때다.

일단 CEO 연임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는 분위기는 만들어졌다. 하지만 더 이상 ‘성과를 내보일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은 핑계일지도 모른다.

‘CEO 연임 붐’을 계기로 증권사 CEO들에게 ‘책임의식’을 갖고 역량 축적과 더불어 초대형IB를 포함한 자기자본 확대, 인력 확충 등과 같은 장기적 회사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적극적인 행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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