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진 산업부 기자
장은진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장은진 기자] ‘숙박=미정, 가격=미정, 인솔자=미정, 항공편 및 여행일정=예정,’

노란풍선의 세부 3박5일 패키지상품에 적힌 글이다.

특정 호텔을 강조했지만 숙박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제일파크 아일랜드 리조트를 강조한 하나투어의 세부막탄 5일 패키지는 항공편만 확정된 상태였다. 항공편 외에 일정, 호텔, 가격 등은 모두 예정으로 표시된 상태다

노랑풍선과 하나투어만 이런 것은 아니다.

두 회사를 포함해 모두투어와 참좋은여행 등 17개 여행사들은 패키지를 비롯한 모든 여행상품의 주요 핵심정보들을 ‘예정’이나 ‘미정’ 등으로 기재해 놨다.

호텔은 물론 일정과 가격까지 확정이 아닌 곳도 적지 않다. 고객 입장에서는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수십~수백만원짜리 여행상품을 단순히 여행사만 ‘믿고’ 구입해야 되는 셈이다.

이들 여행사는 또 ‘호텔, 항공, 현지 사정 등에 의하여 변경될 수 있다’고 고지하고 있다. 특약 사항을 통해 여행사가 면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고객은 미정이나 예정인 상태의 숙박 및 항공권이 변경돼 환불할 경우 계약서에 따라 환불수수료를 제공해야 한다. 여행사가 미정이나 예정임을 정보제공 표준안을 통해 사전 공지했기 때문이다.

믿고 구입한 대가를 여행사가 아닌 고객이 지는 모양새다. 상당히 억울하고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여행사들도 나름 입장이 있다. 패키지상품은 자유여행처럼 숙소나 항공편이 바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집되는 최종 인원에 따라 현지 호텔 및 업체와 조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고객이 여행사의 패키지상품을 구입하는 이유는 이런 불편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전문여행사가 ‘알아서’ 좋은 여행 코스를 짜주길 바라고 없는 시간을 쪼게 비싼 돈을 들여 구입하는 게 패키지 상품이다.

거의 모든 것이 미정 혹은 예정인 상품을 구입하고 원치 않는 호텔에서 잠을 자는 것도 모자라 예기치 못한 가격·일정 변경을 경험한 고객은 두 번 다시 그 상품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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