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물가가 움직이고 있다. 미국 발 무역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GM창원공장도 불안하다. 군산공장 철수결정에 이은 불길한 조짐이다. 그나마 들리지 않던 경제에 균열이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예측 불가능하던 안보상황 속에서 경제에 금이 생기고 있던 것을 몰랐던 것이다. 국민이 몰랐다는 의미가 아니다. 경제주체 가운데 권력실세들만 몰랐던 것 같다. 대통령은 미국이 무역전쟁선언을 하자 정면승부로 하겠다고 대응했다. 철강보복관세를 메기겠다는 미국에 대해 한 말이다. 법대로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내보였다.

그런데 그 정의로운 대응은 거의 대응방안이 아니라는 것을 대통령도, 담당 장관도 그리고 알만한 국민도 잘 알 터이다. 미국은 이미 관련기구로부터 보복관세를 철폐하라는 판결을 받아본 적이 있다. 또 그 결정을 무시한 바도 있다. 그로 인해 미국이 어떤 유형의 손실을 당한 적이 없다. 그런 미국을 상대로 똑같은 방법으로 대응하겠다는 소리는 달리 뾰족한 처방이 없다는 소리와 같다.

한동안 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안보정세불안이 거의 심각수준이라는 여론 속에서도 물가는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경제의 중심이 무겁게 자리매김해졌다는 증거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민생활물가가 상승기류를 타거나 더불어 여타물가도 편승할 조짐이다.

안보와 경제는 나라상황을 만들고 유지하는 두 개의 축이다. 둘 다 불안하다는 판단이 내려진지 이미 오래다. 이때껏 버틴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그런데 불안해지는 추세가 급박하다는 것이다.

일찍이 중국이 사드구축을 빌미로 우리와의 통상을 가로 막았다. 이어 미국이 무역전쟁에 나서겠다고 하자, 정부는 전가의 보도를 들고 나섰다. 시장다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업계가 이를 악물고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시장다변화 정책. 이는 우리나라가 수출로 국부를 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부터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어온 말이다. 오랫동안 들어보지 않던 말을 불쑥 듣는 순간 문득 어안이 벙벙했다. 동시에 당국이 한 말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너무나 원초적이고 고루한, 먼지가 두껍게 낀 처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시장다변화는 기업에 하고, 또 하고, 늘 하고 있는 기본업무다. 정부당국자들이 할 말은 이미 아니다. 이 정부가 적폐세력이라고 지칭하는 과거 정부들도 오래전에 잊고 있던 단어이고 말이다.

막무가내로 들이대 뭔가를 해치우는 것을 비유해 ‘장비 헌 칼 쓰듯’ 한다고 한다. 수출개척시대에 장비 헌 칼이 바로 시장다변화정책이었다. 말이 정책이지, 이른바 브리핑차트로 상관에게 보고하던 시절에 가장 즐겨 쓰던 단어가 그것이었다.

동맹다변화에 멤버체인지를 선호하는 새정부여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위상은 이미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는 국가 가운데서도 상위그룹에 속해있다.

정부는 모름지기 국가 간의 그것도 안보와 경제를 아우르는 중요한 국제정치에서 능력을 과시해야한다. 그런 위상을 견지하고 기업이 이를 바탕으로 국제시장에서 힘차게 교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업활동에 부정적인 정책이나 언질을 해서는 안 된다. 정치와 경제가 유기적이 관계 속에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어느 쪽의 눈치를 보아서는 안 된다.

이 정권의 기본정서가 반기업적이라거나 민주주의와 다르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런 소리에 외면해서는 안 된다. 틀렸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다가올 경제파고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의 투명한 안보와 경제관이 그 어느 때보다 아쉽다. 무역전쟁을 잘 치루기 위한 선결조건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