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삼성SDI, 규제 완화 보름만에 공급계약 체결

삼성SDI 관계자가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 Cars 2017)’에서 방문객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삼성SDI 관계자가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 Cars 2017)’에서 방문객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삼성SDI와 LG화학이 미국에서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ESS) 공급계약을 연이어 따냈다.

미국 정부가 ESS 규제를 완화한지 보름만이다. 미국 ESS 시장은 성장이 예상돼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

삼성SDI는 미국 AES그룹의 자회사인 AES DE(Distributed Energy)가 전력회사 KIUC와 카우아이(Kaua'i) 섬에서 진행하는 태양광 연계 ESS 설치 프로젝트에 배터리 모듈 공급사로 참여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28MW 규모의 태양광 발전과 연계해 100MWh의 ESS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100MWh는 카우아이섬 전체 1만7천가구가 10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하와이주에서 가장 큰 규모다.

삼성SDI가 공급하는 ESS 배터리용 모듈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한 전력 공급 상황에서도 효율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안전 기준이 엄격한 미국 ESS 시장에서 지난해 캘리포니아 지역에 이어 하와이에서도 수주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LG화학도 미국 가정에 ESS를 공급한다. LG화학은 지난달 중순 미국 피터슨딘(Petersen Dean Roofing & Solar)에 가정용 ESS를 공급했다. 피터슨딘은 지난 1984년 설립된 태양광 기업으로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7곳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피터슨딘은 향후 가정용 태양광 설치 시 LG화학의 ESS를 사용하게 된다. LG화학은 400V의 고전압 모델인 RESU(Residential Energy Storage Unit) 10H를 공급한다. 이 모델은 LG화학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자 개발한 가정용 ESS 제품이다. 최대 저장 용량이 9.8kWh에 이른다.

두산중공업도 미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6년 미국의 ESS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원에너지시스템즈를 인수해 두산그리드텍을 설립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미국 LA수도전력국이 운영하는 모하비 사막 인근의 비컨(Beacon) 태양광발전소에 10MWh 규모의 ESS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북미 최대 규모 ESS 전시회인 ‘디스트리뷰테크’(DistribuTECH)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하며 기술력을 알리고 있다.

이 같은 국내 ESS업체들의 미국 시장 공략은 연방정부의 규제 완화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정부의 전력망을 관할하는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FERC)는 지난달 중순 ESS에 저장된 전력에 대한 단가를 책정하고, 송전을 가능하게 해서 전력사업자들이 사업화를 가능하도록 결정했다.

연방정부 차원의 ESS의 사업화 허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FERC의 ESS에 대한 정식 전력서비스의 인정으로 미국에서 ESS의 수요확대가 명확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FERC는 전체적인 방향을 결정해주고 각 지역별 관리는 민간업체가 관한다”며 “FERC가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ESS 사업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FERC의 규제 철폐로 미국 ESS 시장의 규모는 MW급에서 GW급으로 상향될 것이 확실시된다”며 “영국과 한국 등 정부의 ESS 확대정책으로 특수를 누리는 국가들이 많아지고 있어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 수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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