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제고 & 과도한 경영 간섭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왼쪽)과 백복인 KT&G 사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왼쪽)과 백복인 KT&G 사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KT&G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이 백복인 KT&G 사장 연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사장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었고 최고경영자(CEO) 부재 리스크까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기업은행이 KT&G 인사에 개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16일 열리는 KT&G 주주총회서 백복인 사장 연임을 둘러싼 주주간 표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추천한 백복인 사장에 대해 2대 주주(6.93%)인 기업은행이 연임에 반대하고 나섰고, KT&G 대주주(9.09%)인 국민연금 또한 기업은행과 같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 대주주는 기획재정부 등 대한민국 정부로 지분 55.2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5일 KT&G 사추위는 백복인 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추천했다. 민영진 전 사장 후임으로 2015년 10월 선임된 백 사장은 임기 초 광고대행사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으나, 사상 첫 해외 매출 1조원 달성 등의 경영성과를 거뒀고 이 같은 경영능력을 사추위가 높이 평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백 사장 연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속전속결로 진행된 사추위 후보 추천이 사실상 백 사장 본인의 ‘셀프 추천’이었고,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분식회계 의혹 관련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고 있어 만일의 경우 CEO 공백사태까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은행은 이사회 참여 이사 수 확대 및 은행 추천 사외이사 2명 선임까지 KT&G에 요구 중이다.

기업은행이 KT&G 인사 및 경영 개입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에 대해 은행 측은 투자 목적의 변경 때문이라 밝히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업은행은 KT&G 유가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한 활발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이번 대응 역시 주주 보호 차원이라고 게 은행 설명이다.  

다만 시장에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기업 대응 태도 변경을 두고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밝히는 등 공익을 우선시하는 금융문화 실현 및 이를 위한 기관투자자의 활발한 기업 경영 참여를 요구해 왔다.

기업은행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정부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합한 사내 비정규직 제로를 실시하는 등 현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의 인사 개입을 두고 ‘정부 차원의 부당한 경영 간섭’ 내지 ‘낙하산 사장 선임을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 등의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분 절반 이상을 소유한 기업은행을 통해 KT&G 인사에 개입 중이며, 그 배경에 친정부 성향 차기 사장의 낙하산 내정을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한편 KT&G 이사회 측은 백 사장의 실적이 우수하고 그에 대한 해외 주주들의 평가가 긍정적이란 점에서 주주총회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KT&G의 외국인 지분율이 53.12%에 달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들의 의중이 백 사장 연임의 키를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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