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금융팀장
김영 금융팀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방향을 중국 업체인 더블스타 매각으로 확정했다.

청산가치가 존속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 자금 지원은 불가능하다며, 채권단 주도 회생안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도 중국법인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외자 유치가 답이라는 산은은 3년 간 고용보장과 지분매각 유예 등 더블스타 측과의 세부 협상 결과도 공개했다.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에 따른 지역 노동시장 동요와 붕괴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당분간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이란 설명으로 풀이된다.

국내 유일 항공기 타이어 제조업체이기도 한 금호타이어의 부실 책임은 옛 주인인 금호그룹에게 일차적으로 있다. 확장 위주 방만 경영과 미래 전략 부재 속 고착화된 고임금 노동구조가 회사의 발목을 잡았다. 제대로 된 새 주인만 만난다면 분명 회생 가능성이 큰 회사라 본다.  

부실기업에 대해 산업은행이 과거와 같은 ‘묻지마식’ 투자를 지속하지 않은 것 또한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 영업이익 적자가 계속되는 기업에 대해 국책은행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을 계속하길 바라는 국민은 많지 않다. 빠른 매수자 선정이 구조조정의 정답이 될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지엠 한국시장 철수 사태를 고려하면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 추진이 마냥 좋게만은 보이지 않는다.

2002년 대우자동차 구조조정 당시 산업은행은 국가 기간산업의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라는 특수상황을 이유로 GM으로 매각을 강행했다.

이후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의 2대 주주임에도 회사의 불투명한 경영과 먹튀(먹고 튀기) 행보에 있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고 현재 그에 따른 책임론에 휩싸인 상태다.

GM과 더블스타가 다를 수도 있다. GM의 경우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자사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여러 차례 보여줬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얻게 될 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더블스타가 회사 경영에 있어 중국 당국의 입김이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국유기업이란 점은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매각협상에 나섰다가 갑작스레 철수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언론은 한중간 사드 갈등이 원인이었다고 전해졌다.

이 회사가 해외 사업장에 대해 언제든 자국 우선주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과하다고 보지 않는 이유다. 

그렇기에 더욱 책임지는 산업은행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본다.

산업은행은 국내 기업 구조조정 시장의 절대적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 왔다. 시중은행 대비 3배가량 높은 부실채권 비율과 1/3 수준의 채권 회수율 모두 책임을 지고 구조조정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자리에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고 본다.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위기의 기업을 구제하고 지속가능한 경영 환경 조성에 이바지 하는 것이 산업은행의 존립 가치일 것이다.

한국지엠 사태 관련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의 한국 철수 가능성을 반년 전 감지하고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불투명 회계에 대해서도 사측의 비협조만을 문제삼았다. 추가 지원 등 대처에 있어서도 사실상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

부디 금호타이어와 관련해선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감 있게 행동해 주길 다시 한 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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