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적자·수주 부진에 현대·삼성重 CEO 교체 겹쳐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사진)의 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의 대규모 적자가 불거질 당시 ‘구원투수’로 회사에 복귀했지만 지난해 4분기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돼 연임에 대한 회의론을 스스로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28일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지난해 4분기 적자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규모 적자를 만회할 구원투수로 투입된 정 사장에겐 부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지난 2015년 5월 대우조선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2006년 회사를 떠난지 10년여 만이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선임 당시 “정 사장은 대우조선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어 기업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며 “경영혁신과 조직쇄신 의지를 갖추고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라고 소개했다.

또 “조선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조선업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정 사장은 취임사에서 “사업 다각화로 자원이 분산되지 않도록 본업인 상선, 특수선, 해양 플랜트 분야로 힘을 최대한 모으고 그 외의 분야는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확정된 구조조정 규모는 총 5조3천억원에 달한다.

임직원 수를 줄이는 인력 구조조정과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대우조선해양건설·서울 본사 매각 등 사업 구조조정이 핵심이다.

대우조선은 또 정 사장 취임 직후인 지난 2015년 중순 과거의 적자를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 배스(Big Bath)도 단행했다.

대규모 적자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더 이상의 손실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이다.

대우조선이 당시 밝힌 2015년 상반기 적자 규모는 3조원이다.

하지만 이후로도 적자는 이어졌다. 대우조선은 2015년 영업손실 2조9천억원을 기록했으며 2016년에도 1조5천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특히 2015년 영업손실의 경우 빅 베스를 단행했음에도 지난해 3월 과거 3년치 실적을 일거에 정정하면서 적자 규모가 기존 5조5천억원에서 2조9천억원대로 수정됐다.

또 지난해 1~3분기에는 영업이익 1조94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4분기는 적자를 본 것으로 추산돼 부진의 고리가 다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성근 대우조선 부사장은 지난달 11일 부산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열린 조선해양인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환율이 하락하면서 (작년) 4분기 적자가 났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남은 일감을 뜻하는 수주잔량 순위에서도 일본 기업에 밀려났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대우조선의 수주잔량은 502만9천CGT(72척)다. 현대중공업그룹(747만5천CGT)·일본 이마바리조선그룹(504만2천CGT)에 이은 3위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2월만 해도 566만4천CGT의 수주잔량으로 2위에 올랐으나 이마바리조선그룹에 밀렸다.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이 최고경영자를 바꾸며 인적 쇄신에 나선 것도 정 사장에게는 부담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임원 인사를 통해 기존 권오갑·강환구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강환구 단독 대표이사로 전환했다. 지난 2016년 현대미포조선에서 일하던 강환구 사장을 현대중공으로 이동시킨 지 1년만이다.

또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2월 기존 박대영 사장 대신 남준우 당시 조선소장을 새로운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특히 박대영 전 사장의 사임은 삼성중공업이 작년과 올해 각각 4천900억원과 2천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지 5일만에 외부에 공개됐다.

박 전 사장은 이사진들과 사전협의를 통해 사임 의사를 직접 전달하는 용퇴를 결정했다고 삼성중공업은 전했다.

지난해 4분기 적자 소식을 공개적으로 밝힌 뒤에도 인적 변화가 없는 대우조선과 상반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된 쇄신을 하려면 수년째 적자와 비리가 계속되고 있는 대우조선에서 최고경영자를 뽑을게 아니라 외부에서 인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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