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후 성남공장 부지 매각 등 지속적 부채 상환 시달려

 
 

[현대경제신문 김병탁·박수민 기자]형지에스콰이아가 지난해 12월 마지막 남은 성남공장 생산라인의 매각을 결정하면서 인수초기부터 지적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형지그룹은 성남공장의 남성화 생산라인의 매각을 끝으로 모든 생산 방식을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사실상 자체 생산을 포기한 상황이다.

형지그룹은 지난 2015년 형지엘리트를 통해 형지에스콰이아를 인수했다. 형지엘리트는 인수금액 670억원을 자기자본으로 220억원을 충당했고 농협과 산업은행으로부터 450억원을 차입했다. 인수를 통해 의류사업에 이어 제화 및 핸드백사업으로까지 확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수 초기부터 무리한 확장이 아니냐는 업계에 지적이 있었다. 형지는 2012년 남성복 종합패션기업인 우성I&C를 시작으로 2013년 쇼핑몰 운영업체인 바우하우스를 인수했다. 2014년은 프랑스 골프웨어업체인 ‘까스텔바작’의 상표권을 인수하는 등 최근 몇 년간 M&A를 통한 외형성장으로 부채가 늘어난 상태였다.

실제 형지에스콰이아를 인수한 지 약 1년 후 형지엘리트의 부채는 1천384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06%에서 200%로까지 늘어났다.

또 형지에스콰이아의 경우 인수 전부터 영업손실이 늘어나는 회사로 위험부담이 컸다. 2012년 53억원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13년 62억원, 2014년 17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기대와 달리 인수 후에도 2015년 12월 기준 95억원, 2016년 6월 기준 31억원, 2017년 6월 기준 49억원 등 영업손실은 여전했다.

영업이익이 나지 않자 형지엘리트는 다가오는 부채상환을 위해 2016년 성남공장의 부지(건물과 토지)를 약 300억원에 매각을 결정했다. 같은 해 형지엘리트 사옥(금천구 가산동)도 매각했다.

결국 지난해 12월에는 노사협의회를 열어 성남공장 남은 라인을 협력업체 2곳에 매각하기로 노조위원에게 통보했다. 성남공장에 남은 생산직, BA(잡화) 등 직원들을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다.

형지그룹 관계자는 “형지에스콰이아가 지난 2014년 법정관리를 겪고 재건했으나 수익이 개선되지 않아 다시 법정관리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며 “이에 생산성과 수익 개선이 안 되는 성남공장 등을 정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형지 에스콰이아 노동조합원들이 성남공장 내부에서 24시간 점거하며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다.<사진=형지에스콰이아노조>
형지 에스콰이아 노동조합원들이 성남공장 내부에서 24시간 점거하며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다.<사진=형지에스콰이아노조>

하지만 성남공장 형지에스콰이아 노조의 입장은 다르다. 인수 전부터 영업적자는 줄곧 있어왔으며 최근 적자폭이 줄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악화’로 인한 회사 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통보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지난달 22일부터 방재웅 형지에스콰이아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조합원들이 26명의 해고에 대해 성남공장에서 24시간 점거하며 공장 사수 투쟁을 하고 있다.

방재웅 형지에스콰이아 노조 위원장은 “2017년 임금 협상 시 회사 측에 임금 부분을 위임하고 임금 동결한 상태이며 노조도 노사상생을 위해 이미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 총수가 에스콰이아에 전폭적으로 지원한다고 한 지 단 얼마 만에 해고 통보를 하니 당혹스러운 입장을 감출 수 없으며 노조의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장기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형지그룹은 형지에스콰이아 성남공장 매각 외에도 지난 2016년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케이프’ 매장 강제 철수로 대리점주들과 갈등을 빚어온 바 있다. 당시에도 일방적인 회사통보라며 대리점주들에게 큰 반발을 샀다. 또 철저한 시장 조사 없이 아웃도어 브랜드의 성장세에 편승한 무리한 진출이었다는 업계의 지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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