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올림픽 이후가 문제’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올림픽을 쇼에 비유하기도 한다. 더불어 올림픽을 기화로 북한이 보여주는 행태를 두고도 쇼라고 비꼬기도 한다. 모두 문재인정부의 권력속성이 기존질서와 다르다는 관점에서 비롯된 견해다.

정말 이런 평가대로라면 올림픽 이후 이 정부가 어떤 대응책을 갖고 있는가에 적잖은 관심이 쏠린다. 우선 북핵을 둘러싼 외교적 문제가 의문시 된다. 따라서 우리와 미국 간의 외교적 지위에 관심이 커진다.

당장 연기되었던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될 것인가를 두고도 신경이 쓰인다는 반응이다. 우리정부가 순조롭게 훈련재개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미 북한핵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언급을 했고, 이번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의 거리 좁기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모처럼 이룬 남북 간 화해무드를 보다 북돋아 이 정부 대북전략의 키워드인 한반도평화정착에 매진하리라는 견해에 비중이 커 보인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이런 노선과는 달리 미국의 북핵해결정책은 크게 다르다.

올림픽개회식에 참석한 미국 펜스부통령이 보여준 싸늘한 태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사실상 북한 대표로 참석했던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그리고 김영남과는 아예 얼굴도 마주하지 않았다. 의전을 무시한듯한 그의 행태가 우리 당국에 적잖은 부담이 되기도 했다.

모처럼 멍석을 깔아놓았지만 주인 뜻대로 객들은 따라주지 않았다. 각자 자기잇속만 챙기는 행태가 여기저기서 엿보였다. 그러니 주인의 마음이 편할 까닭이 없고, 속빈 잔치가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런 판국에 선후를 따져가며 시비를 가릴 처지도 아니다. 그런 정도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의 우환이 고비에 이르렀다는 조짐이 팽배하다. 불안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민생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잠시 호전되는 기미를 보였던 세계경제도 힘을 내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환란의 기억이 아직도 역력한 우리로서는 이 또한 근심이 아닐 수 다. 미국의 고환율정책과 머잖아 실행될 것으로 보이는 긴축정책에 우리경제도 지대한 영향이 예상된다. 문제는 이러한 사안이 단순한 경제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정부출범과 함께 과거의 한미동맹체제에 금이 생기면서 비롯되었다는 해석에 비중이 크다. 그러면서 경제현실과 맞닿는 부분에 우리의 손실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당장 미국과 맺은 경제조약 등에 이미 손질이 진행되거나 예정인 사안에 우리의 입장이 모호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우리의 주장을 과거와 같은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줄 것이라는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말이다. 이 정부의 외교정책이 미국과 많은 부분에서 엇박자를 내는 과정에서 이미 이런 전망은 가능했다.

당면한 과제인 북한핵문제에 대해 미국의 입장은 단순명쾌할 정도로 직선적이다. 핵을 해체하라는 주문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우리도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유지해 왔다. 지난 정권이 그랬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 문제의 해법이 예전과는 다르다. 직접 우리가 나서서 북한을 설득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노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림픽이 그 단초적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런데 상황은 매우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견해에 국민은 불안하다.

이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과제는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가 되고 있다. 그토록 강한 힘을 썼지만, 현실정은 더 오리무중에 빠지고 있다. 청년실업이 깊은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 실업률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분명 우리를 조롱하는 북한 앞에서 교언영색을 남발하고 있다. 국민의 눈에는 그렇게 비친다. 현실이 갑갑하니 그렇다.

이 판국에 대통령은 김정은의 친서에 감지덕지 한 냥, 가까운 시일 안에 남북정상회담차 평양엘 갈 모양이다. 무슨 까닭이 있어 남북정상회담은 꼭 평양에서만 해야 하는지 국민은 모른다. 북한 측이 서울로 와서 하면 안 되는지 묻고 싶다. 그보다 민생의 고달픈 소리에 귀를 여는 정부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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