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 확대 속 대응 전략은 제각각

[편집자주]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계부채 절감 원칙에 따라 대출 자체를 억제하는 데 주력해 온 정부가 새해 들어 중금리 대출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1금융권 대출 불가능자들의 고금리 사채 시장 유입을 막기 위한 방책으로, 중금리 시장 선점을 위한 업권간 경쟁에도 불이 붙을 전망이다.

중금리 정책 금융상품인 사잇돌2.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중금리 정책 금융상품인 사잇돌2.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지난달 25일 금융위원회는 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여신금융사와 상호금융권에도 중금리 대출 취급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5대 금융그룹과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중심으로 2022년까지 중금리 대출 연간 공급 규모를 지난해 두 배 규모인 7조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서울보증보험과 연계해 판매 중인 ‘사잇돌 대출’에 당분간 힘을 실어 줄 계획이다. 이 상품은 신용등급 4~8등급 사이에 있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판매되는 정책 대출 상품으로, 대상자 신용도에 따라 연 6~18% 수준의 금리가 책정돼 있다. 2016년 7월 시중은행에서 첫 판매를 시작, 그해 9월 저축은행 지난해 6월부터는 상호금융권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정부는 2조1천억원인 사잇돌 대출 한도가 올해 7월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파악, 한도를 1조원 더 늘릴 예정이다. 사잇돌 대출 자격조건도 완화키로 했다. 연 소득 및 재직 기간 기준을 낮추고 2천만원인 대출 한도도 3분기 중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라 연간 3천500억원 정도의 이자 부담 경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도 전망했다.

제1금융권, 중금리에 눈길

정부의 중금리 활성화 방안이 나온 직후 제1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이 가장 먼저 중금리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생명·신한저축은행 등 계열사와 연계한 그룹 통합 중금리 대출 플랫폼을 오는 상반기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계열사별로 상품을 추천한 뒤 플랫폼을 통해 중금리 상담 고객에게 최적의 대출 조건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앞서 신한금융은 은행과 카드·보험 등 금융그룹 전체 금융상품을 통합 조회하고 관리까지 할 수 있는 통합 앱 개발을 진행 중인데, 해당 서비스 안에 중금리 대출까지 포함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신한금융의 이 같은 시도에 대해선 정부 당국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융그룹 전체를 통괄하는 중금리 대출 상품 추천 서비스가 신한금융에서 첫 선을 보이면 여타 금융그룹 역시 빠른 시일 내 이를 벤치마킹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 중금리 정책 활성화의 또 다른 중심축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업계에서도 관련 상품 개발 및 판매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출범 후 주로 신용대출 시장에 집중해 온 인터넷전문은행들이었으나, 이번을 기회로 중금리 시장으로까지 영역 확대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재도 연 6~10% 대출금리 상품 비중이 전체의 40%가 넘는 케이뱅크가 중금리 시장 활성화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벵크는 중신용자 대출시 자체신용평가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왔는데, 향후로도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경우 중신용자 대출 확대와 그에 따른 은행 안정성 저하 등을 고려, 중금리 상품 판매 확대에 속도 조절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상호금융, 중금리 판매 증대 예고

중금리 대출 상품 취급 및 판매에 다소 소극적이던 상호금융권 또한 정부의 인센티브 지급 계획 등에 따라 중금리 시장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넓혀 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사잇돌 대출 잔액은 800억 원 규모였다. 새마을금고 346억원 신협 320억원 농협 153억원이었고, 수협은 10억원에 불과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에 사잇돌 대출 판매를 허용하며 공급 목표치를 2천억원으로 잡았는데 아직까지 그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상호금융권에서 사잇돌 대출 판매가 부진했던 원인에 대해서 각사별 자체 중금리 상품을 이미 보유하고 있고, 사잇돌 대출 판매 마진율이 낮았기 때문이란 게 일반적 분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의 인센티브 부여 등에 따라 향후 상호금융권에서도 사잇돌 대출을 비롯한 중금리 대출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새 CEO 선임 후 리테일 영업력 강화에 주력해 온 수협 등이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에 적극 동참할 것이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P2P 업체까지 가세

중·고금리 대출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P2P업계에서도 중금리 시장 확대를 위한 여러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대표적 P2P대출 전문기업 중 한 곳인 8퍼센트의 경우 설 연휴를 맞아 금리 할인 이벤트에도 들어갔다. 대출 고객이 홈페이지로 대출 신청 시 이벤트 코드란에 특정 문구(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입력하면 금리 할인을 적용받을 수 있는 이벤트다.

8퍼센트 측은 지출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이번 이벤트를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SBI저축은행 중금리 상품 사이다.<사진=SBI저축은행>
SBI저축은행 중금리 상품 사이다.<사진=SBI저축은행>

시장 사수 나선 저축은행

업계 전반에 걸친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 및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으나 정작 그동안 중금리 시장을 이끌어 온 저축은행업계는 기대 속 우려가 뒤섞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중금리 시장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부여 대상에 저축은행이 빠진 것은 물론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계부채 총량규제(상반기 5.1%, 하반기 5.4%)에 발목이 잡혀 적극적인 시장 확대를 모색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그렇다 보니 저축은행업계 내에서는 “중금리 대출에 있어 축적된 노하우가 있음에도 저축은행만 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나마 최근 정부와 총량규제 상한선 상향 조정을 논의 중이라 협상 결과에 나름의 기대를 걸고 있으나 어떤 결론이 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개별 저축은행 중심으로는 중금리 시장 사수를 위한 노력들이 엿보이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업계 상위권 업체들의 경우 대출총량 규제에도 불구 정부의 중금리 정책상품들보다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 받는 각사의 대표 중금리 상품 판매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SBI저축은행 ‘사이다’ OK저축은행 ‘중금리 OK론’ 웰컴저축은행 ‘웰컴텐대출’ JT친애저축은행 ‘원더풀와우론’ 등 연 평균 10%대 금리인 이들 상품 등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아 향후로도 이들 상품 위주로 중금리 시장을 개척해 나간 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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