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1심서 사실상 패소...4월 초 항소심 첫 변론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모 고 김만조 박사 빈소로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모 고 김만조 박사 빈소로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세무당국의 1천600억대 비자금 추징세소송 항소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소송은 1심에서 법원이 가산세 71억원만 감면하는 판결을 내려 이재현 회장이 사실상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는 이 회장이 서울 중부세무서를 상대로 낸 1천674억원 규모의 증여세등부과처분취소소송 항소심 첫 변론을 4월 5일 1별관 303호 법정에서 연다.

이 소송은 이 회장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이 회사를 통해 주식을 거래하면서 이익을 취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돼 시작됐다.

그는 약 6천2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며 회삿돈을 빼돌리고(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률상 횡령·배임)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조세포탈)로 지난 2013년 구속됐다.

검찰 조사 결과 이 회장은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CJ 주식을 사고 팔면서 1천87억원의 차익을 얻었지만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은 또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또다른 페이퍼컴퍼니로 CJ인터내셔널아시아의 지분을 인수한 뒤 배당소득 1천만달러를 차명으로 취득하는 수법으로 조세를 포탈한 혐의도 받았다.

CJ그룹 임직원 459명 명의의 차명계좌 636개를 이용해 CJ 주식을 사고팔면서 세금을 탈루한 혐의도 포함됐다.

이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형이 나왔다. 이어 대법원에서 사건이 파기환송 됐으며 파기환송심에서는 징역 2년6개월형이 나왔으나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

중부세무서는 이 회장이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증여세·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 등 2천614억원을 부과했다.

이 회장은 하지만 이 같은 세금 부과에 불복하고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조세심판원은 형사사건에서 무죄로 인정된 부분 등을 포함한 940억원을 취소하라며 결정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나머지 1천674억원에 대한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조세전문 변호인단까지 꾸렸다.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송우철·조일영·유철형·조무연·이상일 변호사 등 5명에 이른다.

서울행정법원 조세전담부 부장판사 국세청 조세법률고문, 서초세무서 국세심사위원 등을 지낸 인물들이다.

하지만 법원은 중부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지난해 12월 21일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주식의 실제 소유자이고, 주식의 취득과 처분 모두 이 회장을 위해 이 회장의 의사에 따라 이뤄졌다”며 “페이퍼컴퍼니를 지배하면서 실질적으로 각 주식의 주주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산세 71억원은 취소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해외 금융기관에 명의신탁을 한 뒤 주식을 취득한 것은 조세회피 목적을 넘어 신탁 사실을 적극 은폐해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무신고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증여세 부과처분 중 부당 무신고 가산세 부분은 취소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 판결에 불복, 지난해 12월 29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중부세무서도 지난 10일 항소했다. 1심 재판부의 가산세 취소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앞선 2012년 CJ 차명주식을 실명 전환하면서 국세청에 1천700억원 상당을 상속세를 납부한 바 있으며 지난해 12월 국세청이 발표한 조세 포탈범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재현 회장은 함께 공개된 조세 포탈범 98명 중 가장 많은 251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회장은 이복형재인 이모씨와 차명주식 유류분을 놓고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씨는 “이 회장이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에게 받은 안국화재(현 삼성화재) 차명주식을 유류분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장이 이병철 창업주에게 받은 안국화재 주식은 약 9만주로 평가금액이 2조5천억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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