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돌연’이라는 말은 ‘갑자기’ 혹은 ‘예기치 못한 사이에 급히’라는 말과 같은 의미다. 돌연(갑자기) 무슨 일이 발생하면 당한 측에서는 황당하고 경황이 없어 허둥대기 마련이다.

그런 것에 비하면 어제 있었던 북한의 금강산합동공연취소 통보는 뉴스 꺼리도 되지 않는다. 불과 며칠 전, 북한은 우리와 평창 동계올림픽에 단일팀으로 참가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러저러한 합의문을 세계에 알렸다.

여러 문제가 제기되긴 했지만, 정부가 워낙 평화로 남북관계를 풀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한 터라 지켜볼 밖엔 없었다. 그러가다 터진 일이 바로 ‘돌연’한 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돌연한 일은 음악단을 이끌고 있다는 현송월이라는 북한의 책임자가 소위 점검단을 이끌고 오겠다던 날 약속을 깬 일이다.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지에 대한 사유 한마디 밝히지 않고 이튿날인가에 강릉과 서울에서 점검을 하고 갔다.

그런지 불과 며칠 후, 금강산합동공연을 돌연 못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고한 것이다. 당국은 그 까닭을 모른단다. 다만 우리 쪽 언론이 북쪽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써대기 때문이라는 추측뿐이다.

북한이 연이어 합의를 깨는 행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당국의 ‘유감’이라는 말 뒤에 숨은 심사가 궁금해진다. 남북단일팀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부터 평창 동계올림픽은 급격하게 맥이 풀리기 시작했다. 하긴 일찍이 동계올림픽은 흥행에 성공하기 어려운 이벤트라는 인식이 있었다. 게다가 개최지 평창은 물론 강원도는 향후 떠안을 빚을 어떻게 감당해야하는지를 두고 걱정이 컸다. 그러던 차에 단일팀합의 소식은 언 발에 냉수를 끼얹는 격이 되었다. 한창 올림픽흥행분위기를 부추겨도 시원찮을 터에 먼저 외신이 전하는 소식은 냉랭했다. 국내언론의 반응도 미온적이었다.

이러던 차에 거듭되는 ‘돌연사태’로 해서, 북한이 체제선전 하기에 둘도 없이 좋은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올림픽은 세계가 주목하는 장마당이다. 그 시장에서 마음껏 북한이라는 제품은 선전광고해도 되는 자리다. 선군정치에 핵 보유국위상 게다가 ‘위대한 지도자동지 김정은 수령’을 자랑해도 되는 마당 아닌가. 우리정부도 그들이 그렇게 이용하리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달랐다. 우리 정부의 판세읽기와 다르다는 의미다. 아니면 국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그들만의 수읽기가 또 다른지는 아직 모른다. 북쪽의 돌연행각은 어제오늘의 버릇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정권이 그들의 이런 돌연수를 모르고 평화를 꿈꿨다면 말이 안 된다. 이미 내다보고 올림픽을 궁구했을 터라고 믿는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우선 공무원을 늘이고 대기업의 일자리도 마련하고, 창업도 지원해서 ‘헬 조선’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노라고 했다. 8개월이 지났다. 청와대에 만들어 놓았다는 실업현황판에 과연 파란불이 켜졌는지가 궁금했다.

궁금하던 차에 대통령의 심기가 편찮다는 뉴스가 있었다. 청년실업과 실질실업지수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 정부는 그 이유와 결과에 대한 전망을 당초부터 몰랐을까?

적폐청산은 이 정부가 시작되면서 한 일의 거의 전부다. 대기업손보기, 전직대통령들의 비자금 들추기, 동맹국외면하기, 평화적 안보외교 강화하기 등등. 투명하고 국민누구나 알기 쉽고 찬성하는 정책을 펴나가겠다던 정부다.

청년과 노동자와 언론과 이른바 사회적 약자가 촛불로 일군 정권이 마침내 평화의 제전에서 손잡고 남과 북이 금자탑을 쌓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이념을 말하는 이는 색깔충이 될 처지다. 이미 그런 시절이 아니라는 의미다.

정권이 그리는 나라와 국민이 희망하는 나라의 모습이 다르면 안 된다. 그리고 정권이 생각하고 전망하는 지수가 달라도 어긋난다. 뿌린 대로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국민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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