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며칠 전 여론조사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취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60%대로 하락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70%대를 상회하던 것에 비하면 이 결과는 뉴스감이 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무슨 까닭인지 이 결과를 뉴스로 다룬 언론은 별반 없어보였다.

직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결과는 나오기 바쁘게 큰 뉴스로 받아쓰던 언론매체들이었다. 그것도 조사 때마다 바닥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에 바빴다. 하긴 출범한지 이제 8개월인 대통령의 인기도가 내려앉고 있다는 것이 크게 다룰 뉴스는 아닐 터인지는 모른다.

그런데 인기하락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이채롭다. 문 대통령의 인기를 떠받들고 있었다는 20~30대가 돌아서는 조짐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하긴 노조와 더불어 문 대통령의 견고한지지 세력으로 꼽히던 그들이긴 했다.

그런데 그들이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최근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이른바 비트코인 즉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갈팡질팡 대응책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는 가상화폐로 가장 이득을 본 계층이 바로 20~30대라는 전제하에 내린 진단이다.

그런데 당국이 이들의 희망(?)을 앗아버리는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는 점이 실망감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정권 출범 이후 “우리한테 해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노여움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 이번 인기도의 결과라는 뜻이다.

정체도 불명한 가상화폐가 젊은이들의 눈길을 끌고 급기야 투기대상으로 지목된 지는 벌써 오래다. 그러다가 당국의 대책이 내려지는가 싶더니 이내 자중지란에 빠지면서 가상화폐 시세도 내리막에 이르렀다. 젊은이들의 일확천금의 기회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인기란 그런 것이다. 여론의 향배는 한순간에 달라진다. 허망하기 짝이 없다는 말이 맞다. 새정부는 그 인기를 촛불혁명이라는 네이밍으로 집권에 나섰다.

투표결과 다수를 얻었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다수의 국민에게 의문이 남는 용어이기도 했다. 그것을 밑천으로 판을 벌인 새정부는 첫 사업으로 원전폐기를 들고 나섰다가 벽과 부딪쳤다. 여론의 벽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어 시간당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다.

이게 해를 넘기고도 아물지 않는 상처처럼 불거지고 있다. 알바생들의 일자리를 앗아갔다는 아픔에 이어 소상공인들의 불평이 봇물을 이루고 있어서다. 소득을 더 많이 높여주겠다던 이 정부의 경제언약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오히려 있던 돈도 줄어들거나 들어올 소득원마저 막히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불만이다.

여론조사를 신봉하던 이 정부의 믿음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물론 한때의 경향일 수도 있다. 그런데 또 다른 벽이 불쑥 불거졌다.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벽이 그것이다. 올림픽은 대대로 체제선전의 장으로 이용된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우리가 개최하는 이번 올림픽도 그렇게 써먹으면 좋았을 터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낮도깨비 같은 북한이 그 몫을 차지할 위기에 직면해 있어서다. 개막일도 며칠 안남은 터에 북한이 참가한다는 소식에 이어 하키 팀의 남북단일화가 발표되자 우리 젊은이들의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림픽경기와 무관한 북한악단이 이 기간에 공연을 위해 사전점검을 한다면서 벌이는 소란이 이 정부의 무엇을 보여주는지에 민심은 어리둥절하다. 이미 외신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아닌 평양올림픽이라고 명명하고 있을 정도다.

300만명 이상의 인민을 굶겨 죽인 북한정권의 체제선전이 될 악단의 굿판을 우리국민은 어떤 심정으로 감상하고 있어야 하는가. 정답을 알 수 없는 민생들은 이 정부에 묻는다. 진정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한 굿판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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