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당국과 조정합의…'옥상옥' 지주사 부당지원 의혹 벗어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옛 SK C&C(현 SK)에 대한 부당지원 여부를 두고 세무당국과 벌이던 법인세소송을 취하했다.

비슷한 취지의 행정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연이어 승소해 세무당국과 합의·종결한 것으로 분석된다.

SK C&C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분이 많았던 곳으로 SK이노베이션은 자칫 오너 일가 부당지원 의혹에 휩싸일 수 있었으나 소송에서 이기면서 논란에서 다소 자유롭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서울 종로세무서를 상대로 낸 30억원 규모의 법인세취소소송 항소심을 지난해 12월 6일 자진 취하했다. 종로세무서도 이날 소취하 동의서를 제출하며 소송을 마무리졌다.

이 소송은 SK이노베이션이 SK C&C에 IT 서비스계약을 발주하며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국세청이 판단해 시작됐다.

서울지방국세청은 법인세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SK C&C가 비계열 회사인 미래에셋생명·현대산업개발에는 정부가 고시하는 ‘소프트웨어사업 대가의 기준’ 보다 낮은 가격에 ‘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관한서비스 계약’을 체결한데 반해 SK이노베이션과는 고시 가격 그대로 용역대금을 지급했다고 결론 내렸다.

두 회사가 이 계약을 체결한 때는 지난 1999년이다. 계약금액은 340억원이며 계약기간은 2009년까지였다. 이후 이 계약은 2020년 12월 31일까지로 연장됐다.

계약 체결 당시 SK C&C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지난 2015년 8월 SK 주식회사와 합병하기 전까지 ‘옥상옥’ 형태로 SK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해왔다.

SK C&C는 시스템 통합(SI) 사업을 영위하며 합병 직전인 2014년에는 매출의 46.4%를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올렸다. 합병 직전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은 32.92%였다.

이에 종로세무서는 SK이노베이션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조세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켰다고 보고 2009년도분 법인세와 농어촌특별세로 약 29억원을 추가 부과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종로세무서의 이 같은 추징에 반발해 이 소송을 냈다.

결과는 SK이노베이션의 승리였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11부는 “SK C&C와 미래에셋생명·현대산업개발의 거래가 SK이노베이션과의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가라며 기준 과세액으로 적용했던 SK C&C와 미래에셋생명·현대산업개발 거래 단가를 ‘제3자 사이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이라보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 계약이 국내에서 정보기술 시스템 구축 초창기 체결된 점, 계약기간을 장기간으로 정하는 것은 전산시스템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볼 수도 있다”덧붙였다.

10년 장기 계약이 경제적 합리성이 없는 거래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결국 “국세청이 SK이노베이션에게 부당행위계산 부인규정을 적용해 법인세를 과세한 것은 위법하다”고 결론내렸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계약으로 인한 2008년도분 법인세소송에서도 대법원에서 최종승소했다.

법원은 “SK C&C와 미래에셋생명·현대산업개발 사이의 거래가 SK이노베이션과의 계약과 유사하지 않다”며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고시단가는 제3자간 일반적으로 거래된 ‘시가’로 볼 여지가 훨씬 더 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SK C&C가 비계열회사들과 한 거래가 서로 유사한 상황에서 이뤄진 사정이 밝혀지지 아니한 이상 비정상적인 거래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 이후 2009년도분 법인세 사건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는 양측에 조정을 제의했으며 SK이노베이션과 종로세무서 모두 이에 동의했다.

SK이노베이션의 소송 취하도 이 조정 합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에너지, SK플래닛 등 SK그룹 7개 계열사는 SK C&C에 업계 관행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SK C&C와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 등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에 반발, 행정소송을 내 지난 2016년 3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2부는 “SK그룹 계열사들이 정상 가격보다 현저히 높은 인건비를 지급했다거나 정상가 보다 높은 유지보수비를 지급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유지보수 요율도 서비스 수준,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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