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후보추천위원회 일정 놓고 대립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5일 서울 정부청사서 열린 금융혁신 브리핑에 참석, "금감원 요청은 권고일 뿐,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일정 연기는 하나금융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5일 서울 정부청사서 열린 금융혁신 브리핑에 참석, "금감원 요청은 권고일 뿐,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일정 연기는 하나금융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그룹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일정 연기를 요청한 가운데 하나금융이 이를 거절 파문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지배구조 검사가 끝나지 않았고 아직 확인할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나, 업계에서는 ‘과도한 관치’라는 의견이 적지않다.

금감원은 지난 12일 하나금융 회추위와 간담회를 갖고 차기 회장 선임 절차의 잠정적 연기를 요청했다.

하나금융 노조가 제기한 아이카이스트 불법대출 의혹 및 금감원 자체 조사에서 파악된 채용 비리 의혹 관련 유력 차기 후보로 거론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 행장 등의 연루설이 제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회추위는 차기 선출은 금융그룹 고유 권한이며, 후보들에 대해서도 다방면 검증 등이 진행되고 있다며 거절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어 기존 일정대로 16일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을 선정하고 22일까지 차기 회장 선출을 마무리할 것이라 밝혔다.

금감원의 회추위 일정 연기 요청과 뒤이어 나온 하나금융의 거절 의사 표명 관련 업계에서는 상당히 보기 드문 상황이라 평가 중이다. 금융사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금감원 요청에 일개 금융사가 공개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히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업계에서는 “유력 차기 후보의 회장 선출을 막으려는 당국 차원의 과도한 개입이 아니냐”는 지적이 함께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금감원은 하나금융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지주 최고경영진(CEO) 선출이 마무리 된 상황에서 지배구조개선을 업계에 요구, 당시에도 “당국이 하나금융 차기 인사에 개입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을 산 바 있다.

하나금융을 둘러싼 관치 논란이 확대되자, 금융당국은 자체 진화에 나서는 모습도 보여줬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5일 정부 서울청사서 열린 ‘금융 혁신 추진 방향’ 브리핑에 참석 “금감원이 하나은행과 관련해 제기되는 몇 가지 의혹들에 관해 확인하는 검사를 실시 중이고, 이런 의혹들이 해소될 때까지 선임 절차를 연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고한 것”이라고 금감원의 회추위 연기 요청에 대해 설명했다.

다만 그는 “결국 그 권고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회추위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본다”며 금감원 견해에 대해 적극 동의 의사는 내비치지 않았다.

한편 하나금융 차기 회장 경쟁은 현재까지 김정태 회장이 가장 앞서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 회장은 현직 프리미엄과 함께 재임 중 실적이 나쁘지 않았고, 구(舊)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통합 작업 역시 별다른 잡음 없이 이뤄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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