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시장 키워드 ‘내실’…권역별 자율경영체제 도입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현대·기아차는 미국 진출 33년 만인 올해 누적 2천만대 판매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14일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1985년 4월 미국 LA 인근 가든그로브시(市)에 현지 법인인 현대모터아메리카(HMA)를 설립하고, 이듬해인 1986년 엑셀 수출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현지 판매에 돌입했다.

기아차도 1994년부터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양사는 지난해까지 미국 시장에서 총 1천891만3천440대를 판매해 올해 누적 2천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자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에서 이뤄낸 성과라 의미가 크다.

현대·기아차에 있어 2017년은 녹록치 않은 한해였다.

미국 시장의 전반적인 산업 수요 둔화, 업체별 경쟁 심화 등 외부적인 영향 외에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라인업 부족 및 주력 모델 노후화 등 내부적인 요인까지 겹치며 지난해 현대·기아차(제네시스 포함)의 미국 시장 판매는 총 127만5천223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3년 이후 4년 만에 전년 대비 판매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도 대내외적인 시장 환경은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산업 수요가 전년 대비 1.8% 줄어들며 8년 만에 감소한데 이어 올해도 금리상승에 따른 실구매 부담 증가 등의 영향으로 1.7% 줄어들며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인센티브 지출 증가 등 판매 확대를 위한 업체별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 불안과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차의 공세, 한미 FTA 개정협상도 향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같은 경영여건 속에서도 현대·기아차는 올 한해를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 기반 마련의 해로 삼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몽구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지속적인 품질경영을 추진해온 결과, 최근 유수의 품질평가 기관으로부터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차량 품질은 자동차 메이커의 근원적인 경쟁력을 규정하는 핵심 지표로,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확고한 품질 자신감을 바탕으로 향후 미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해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권역별 자율경영체체 도입을 통한 경영 효율성 향상, 제네시스 브랜드 고급화 박차, SUV 등 신차 투입을 통한 제품 경쟁력 향상, 고객 대상의 창의적인 마케팅 프로그램 실행,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등 미래 경쟁력 확보 등 근원적인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며 향후 누적 판매 3천만대, 4천만대 시대를 준비해나갈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권역별 자율경영체제 도입…경영 효율성 향상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권역별 자율경영체제를 도입한다.

권역별 자율경영체제는 전세계 주요 시장별로 상품전략, 생산, 판매 등을 통합 운영해 현지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능동적이면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의 권한과 책임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현대·기아차가 이같은 조직 혁신의 첫 시작점으로 미국을 선택한 것은 현대·기아차에 있어 그만큼 미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미국은 현대·기아차 전체 판매의 약 20%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 선진 시장인 미국에서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다른 권역으로의 적용도 보다 용이해진다.

현대·기아차는 향후 각사별로 출범하게 될 미주지역 권역본부를 통해 판매, 생산, 손익 등을 하나로 통합 관리함으로써 경영 효율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보다 강화하고 현지 우수 인재를 적극 확보함으로써 경영상의 리스크 관리도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현대차 SUV 라인업 보강·시장 선도 마케팅으로 판매 동력 확보

현대차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목표를 71만6천대로 정하고, 판매·마케팅·상품·서비스 등 전 부문에서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한다.

먼저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서 SUV를 중심으로 한 신차 라인업을 강화하며 상품 경쟁력을 대폭 향상시킨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엔 코나, 하반기엔 신형 싼타페를 각각 출시하며 판매 확대에 힘쓸 계획이다. 전기차 코나 EV와 수소전기차 넥소(NEXO) 등 친환경 SUV 2개 차종을 동시에 선보이며 SUV 제품군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또 코나보다 작은 소형 SUV와 싼타페보다 큰 대형 SUV까지 SUV 라인업을 보다 다양화함으로써 미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SUV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 된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도 지속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아이오닉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런칭했으며 특히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복합연비 58MPG로 미국에서 판매중인 하이브리드카 가운데 가장 연비가 좋은 차로 선정됐다. 아이오닉 EV 또한 전기차의 연비를 의미하는 전비가 전세계 전기차 가운데 가장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는 코나 EV와 넥소(NEXO) 등으로 친환경 라인업이 보다 다양해지는 만큼 미국 친환경차 시장 내 점유율을 보다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미래 혁신기술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인 '현대 크래들'을 오픈, AI·모빌리티·자율주행·스마트시티·로봇 등 미래 핵심분야에 대한 연구 및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2017 CES'에서 자율주행 레벨 5단계중 4단계를 충족시킨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실제 도로 환경에서 야간 자율주행 시연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알린 바 있다.

기아차, 최고 품질 자신감 바탕 올해 미국 판매 61만대 목표

기아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8.9% 감소한 58만9천668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뜻깊은 성과를 이뤄냈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은 것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미국 제이디파워의 '2017 신차품질조사(IQS)'에서 72점을 기록하며 32개 전체브랜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특히 1987년 시작된 신차품질조사 31년 역사 중 일반브랜드로서는 최초로 2년 연속 전체 1위를 차지하며, 독일 대표 브랜드인 벤츠, 아우디 등은 물론 일본, 미국의 렉서스, 인피니티, 캐딜락 등 유수의 고급브랜드를 모두 제치고 한국차의 품질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렸다.

기아차는 이같은 품질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 한해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목표를 61만대로 잡고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제네시스, 美 고급차 시장 안착…올해 G70로 새로운 도전

지난 2015년 11월 출범한 제네시스는 지난 2016년 하반기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미국 시장에서 G80는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과 함께 미드 럭셔리 차급에서, G90(국내명 EQ900)는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과 함께 프리미엄 럭셔리 차급에서 각각 판매되고 있다.

특히 미드 럭셔리 차급과 프리미엄 럭셔리 차급을 합한 중대형 고급차 시장에선 각 업체가 자사의 기술력을 총집결한 플래그십 모델을 내걸고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G80(구형 DH제네시스 포함)는 지난해 총 1만6천322대가 판매돼 해당 차급에서 벤츠 E클래스(4만9천473대), BMW 5시리즈(4만658대)에 이어 8.3%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초대형 럭셔리 세단 G90(구형 에쿠스 포함)의 활약이 돋보였다.

G90는 지난해 총 4천418대가 판매됐다. 벤츠 S클래스(1만5천887대), 캐딜락 CT6(1만542대), BMW 7시리즈(9천276대), 포르쉐 파나메라(6천731대) 등 유서 깊은 고급차 브랜드 모델들에 이어 점유율 7.2%로 5위를 달성했다.

2016년 같은 기간 점유율이 2.9%였던 걸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판매 대수 또한 지난 2010년 미국 시장에 에쿠스가 출시된 이후 처음으로 연간 판매 4천대를 넘으며 올해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형 럭셔리 세단 G70가 출시될 예정으로, 제네시스가 목표 고객층을 낮추며 본격적인 볼륨 모델로 선보인 G70의 미국 시장 성공 여부는 향후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안착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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