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이병철 창업주에게 차명주식 물려받아…2천300억 줘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CJ그룹 연구개발센터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서 기념식수를 하기 위해 휠체어에 앉아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CJ그룹 연구개발센터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서 기념식수를 하기 위해 휠체어에 앉아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혼외자가 이재현 CJ그룹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유류분청구송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유류분이란 상속인에게 법으로 인정한 최소한의 상속 지분을 말한다. 민법은 배우자와 자녀 등 직계비속은 법정상속분의 절반, 부모 등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인정한다.

이맹희 명예회장의 혼외자인 이모씨는 이재현 회장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유류분반환청구소송 1심이 지난해 12월 21일 원고패소판결 난 데 불복, 지난 4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1심 재판부가 저희 쪽에서 낸 증거나 (이재현 회장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정보 서류를 봐도 ‘이재현 회장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사후에 재산을 물려받았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결한 게 사실관계를 오인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과 여배우 박모씨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다. 이맹희 명예회장의 혼외자이자 이재현 회장의 이복형제이다.

이씨는 이맹희 명예회장의 호적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지내다 지난 2004년 친자확인소송을 내 2006년 대법원에서 친자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지난 2015년 10월 이맹희 명예회장의 본처인 손복남 CJ그룹 고문과 이재현 회장,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재현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냈다. 이맹희 명예회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사망한지 2개월여 뒤다.

이씨 측 변호인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안국화재 차명주식 9만여주를 이재현 회장에게 줬다”며 “이병철 창업주 유서가 없고 이맹희 명예회장은 상속을 포기한 적이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재현 회장은 이맹희 명예회장에게 사전 증여를 받은 것으로 이중 일부를 이씨에게 유류분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청구금액을 2천300억원 가량으로 책정했다.

이재현 회장이 이병철 창업주에게 받은 안국화재 주식을 팔아 산 CJ 주식을 이맹희 명예회장이 사망한 시점(2015년 8월)을 기준으로 따졌을 때 금액이 총 2조5천400억원 가량 되는데 유류분(11분의 1)으로 나눈 액수다.

이씨 측 변호인은 “이재현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에게 받은 안국화재 차명주식을 팔아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차명으로 CJ 주식을 샀다”며 “이는 국세청이 법원의 과세정보 제공명령에 회신한 서류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인은 이어 “(안국화재 차명주식은) 이맹희 명예회장 몫인데 이재현 회장에게 간 것”이라며 “이것은 (상속을 포기하지 않은) 이맹희 명예회장이 이재현 회장에게 사전증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은 경찰 수사에서 일부 사실로 조사된 바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008년 10월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1987년 경 이병철 창업주가 관리하던 안국화재 주식 9만여주를 이재현 회장에게 증여했고 이재현 회장은 1994년 경부터 1998년 경까지 안국화재 주식을 순차적으로 처분했다”고 밝혔다.

또 2012년에는 이재현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하던 CJ그룹 자금관리팀장의 형사재판에서 이재현 회장이 CJ 차명주식을 실명 전환하면서 국세청에 1천700억원 상당을 상속세로 납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맹희 명예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소송에서는 삼성 측이 “이병철 창업주는 자녀들에게 차명주식을 전부 나눠줬고 숨겨오지 않았다”며 “이병철 창업주는 이재현 회장에게 안국화재의 차명주식 9만여주를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이재현 회장 측도 1998년 경까지 안국화재 차명주식을 팔아 CJ 차명주식을 산 것은 인정하고 있다”며 “이때까지 거래만 따져도 이씨의 유류분은 800억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류분은 상속자가 생전에 가족에게 준 재산은 인정하지 않는데 이재현 회장 측은 이점을 이용해 이병철 창업주 생전 안국화재 차명주식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증거를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이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신헌석 부장판사)는 “이맹희 명예회장이 차명주식을 이재현 회장 삼남매 등에게 증여 내지 유증했는지에 대해 원고 측이 제시한 증거는 ‘이병철 회장이 맏아들 이맹희 명예회장에게 물려준 돈을 손자인 피고 이재현 회장이 다시 상속받았다’고 CJ 측이 밝혔다는 언론보도 기사일 뿐이어서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1심 판결에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항소이유서에 담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현 회장은 비자금 조성으로 인한 추징금 1천674억원을 낼 수 없다며 세무당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최근 항소했다.

이 소송은 이재현 회장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CJ 차명주식을 보유하는 등의 수법으로 약 6천2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며 회삿돈을 빼돌리고(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률상 횡령·배임)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조세포탈)로 지난 2013년 구속돼 비롯됐다.

지난해 12월 22일 나온 1심에서는 “가산세 일부인 71억원만 취소한다”는 판결이 나와 이 회장이 사실상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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