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주식 거래로 1천600억 추징 당해…1심서 사실상 패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모 고 김만조 박사 빈소로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모 고 김만조 박사 빈소로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자금 조성으로 2013년 구속 기소...광복절특사로 방면
국세청, 2천600억 추징..이 회장, 900억 감면에도 행정소송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으로 인한 추징금을 낼 수 없다며 세무당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이어 나간다.

이재현 회장은 서울 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 1심이 원고 일부승소판결 난 것에 불복, 지난해 12월 29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회장은 앞선 지난해 1월 중부세무서를 상대로 “차명 비자금 조성으로 부과한 증여세·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 등을 낼 수 없다”며 1천674억원 규모의 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나온 1심에서는 “가산세 일부인 71억원만 취소한다”는 판결이 나와 이 회장이 사실상 패소했다.

이 소송은 이 회장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이 회사를 통해 주식을 거래하면서 이익을 취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돼 시작됐다.

그는 약 6천2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며 회삿돈을 빼돌리고(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률상 횡령·배임)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조세포탈)로 지난 2013년 구속됐다.

검찰 조사 결과 이 회장은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CJ 주식을 사고 팔면서 1천87억원의 차익을 얻었지만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은 또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또다른 페이퍼컴퍼니로 CJ인터내셔널아시아의 지분을 인수한 뒤 배당소득 1천만달러를 차명으로 취득하는 수법으로 조세를 포탈한 혐의도 받았다.

CJ그룹 임직원 459명 명의의 차명계좌 636개를 이용해 CJ 주식을 사고팔면서 세금을 탈루한 혐의도 포함됐다.

이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형이 나왔다. 이어 대법원에서 사건이 파기환송 됐으며 파기환송심에서는 징역 2년6개월형이 나왔으나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

중부세무서는 이 회장이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증여세·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 등 2천614억원을 부과했다.

이 회장은 하지만 이 같은 세금 부과에 불복하고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조세심판원은 형사사건에서 무죄로 인정된 부분 등을 포함한 940억원을 취소하라며 결정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나머지 1천674억원에 대한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조세전문 변호인단까지 꾸렸다.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송우철·조일영·유철형·조무연·이상일 변호사 등 5명에 이른다.

서울행정법원 조세전담부 부장판사 국세청 조세법률고문, 서초세무서 국세심사위원 등을 지낸 인물들이다.

하지만 법원은 중부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주식의 실제 소유자이고, 주식의 취득과 처분 모두 이 회장을 위해 이 회장의 의사에 따라 이뤄졌다”며 “페이퍼컴퍼니를 지배하면서 실질적으로 각 주식의 주주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회장은 이복형재인 이모씨와 차명주식 유류분을 놓고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씨는 “이 회장이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에게 받은 안국화재(현 삼성화재) 차명주식 분을 유류분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장이 이병철 창업주에게 받은 안국화재 주식은 약 9만주로 평가금액이 2조5천억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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