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모르긴 해도 다른 나라 집권자의 신년사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관심을 집중하는 나라도 우리나라 빼고는 없을 터다. 북의 세계적인 독재자 김정은의 신년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예년보다 빨리 나왔다는 그의 신년사는 겉모습으로는 그들이 학수고대하는 ‘강성대국’의 어린 독재자다운 풍모를 하고 있었다. 평소와는 달리 양복차림을 하고 여전히 주민들의 깡마른 모습과는 정반대의 비둔한 모양새로 브라운관을 채웠다.

그는 수차례의 실험을 통해 마음먹은 대로 세계 어디든 날려 보낼 수 있는 핵폭탄을 완성했다고 했다. 핵보유국이 됐노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신년사 모습은 넉넉한 자신감 같은 것으로 포장돼 있었다. 연극을 하고 있었다는 표현이 걸맞을 것이지만.

대한민국쯤은 이제는 두어 수 아래로 두고 보는 듯 했다. 핵폭탄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러면서 그는 느닷없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겠노라고 했다. 우리는 그들이 올림픽 참가를 하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 오히려 그들이 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한 테러를 걱정하고 있었던 차였다.

정권 출범 초기에 우리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핵문제는 대화로 해결하겠다면서 그들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한마디로 ‘철모르는 소리한다’면서 면전에서 비웃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젊잖게(?) 말을 뒤집은 것이다. 하긴 그들은 거짓으로 똘똘 뭉쳐진 허상이긴 하다.

그의 표변한 한마디에 역시 우리 쪽 반응은 민감했다. 당장 집권여당은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기다렸다는 듯 반색하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의 예언이 역시 들어맞았다는 반응이다. 이제 이 정부는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걸 두고 언필칭 촛불민심의 결과라고 할지도 몰라 두렵다.

그들은 이와 관련해서 대화를 하자고 했다. 정부는 곧 그들과 마주앉을 것이다. 그들은 참가를 조건으로 소요되는 돈을 달라고 할 것이 뻔하다. 이른바 체제비밀이다.

한 푼도 주어서는 안 된다. 아니, 다른 나라와 똑같은 자격과 조건으로 참가하라고 해야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특별하게 대우해 줄 이유가 없다. 그들은 한민족이기 전에 적이다. 우리를 적화하기 위해 핵무장을 한 무리다. 그들이 올림에 참가하건 말건 순전히 그들의 자유다. 오히려 우리는 그들의 그런 자유를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올림픽 룰대로 말이다.

새해벽두부터 우리나라는 그들의 표변한 짓거리로 해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흡사 김정은의 손바닥위에서 놀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자칫 이 정부가 이를 두고 대북외교의 승리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런 오해를 불식하자면, 딱 한가지다. 대화할 것도 없이 선수단에게 입국비자만 내주겠다는 대답만 해주라는 주장도 귀담아듣기를 기대한다. 그들의 뒤에는 핵폭탄을 움켜쥔 지도자라는 자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이 일로해서 여야의 빈손정치가 지속될 것이라는 불안이 커진다. 멀쩡한 정기국회 때도 반목으로 지새던 국회다. 그러니 북한 눈치 보는 편과 그 반대편의 시비가 노골화될 터라고 짐작이 간다. 국회에서는 깡통소리만 요란할 게 자명하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재계의 대표자 가운데 한분의 소리가 민심을 뜨겁게 한다. “솔직하게 절규라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까닭이 기막히다. 사업을 하고 싶어도 각종 규제에 묶여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신년인터뷰에서 “한국이 경쟁국에 비해 속도 면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었는데 근로시간단축이나 최저임금인상관련 입법이 국회에서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각하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탄핵으로 권좌에서 쫓겨난 대통령 때도 민생관련 입법안은 국회에서 마냥 시간만 잡아먹고 있었다. 이따금 국회에 대고 읍소하듯 법안통과를 요구했다. 그때마다 야당, 지금의 여당은 소통이 안 된다면서 외면했다. 그러다가 감옥까지 보냈다.

친북이라는 오해까지 받고 있는 이 정부가 올림픽 협상과 민생과 직결되는 기업의 절규 중 어느 것에 치중하는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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